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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8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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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본사에서 엔지니어들이 직접 와 ‘비밀 장소’에서 수리한다. 현지 근로자들은 수리 과정을 들여다볼 수도 없다.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노력이다.
▽‘블랙박스’를 보호하라=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따르면 요즘 일본 기업들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노력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보통 ‘블랙박스’로 불리는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때로는 추가적인 비용 지출도 기꺼이 부담한다.
때로는 자동화 대신 수동화를 선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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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는 일본에 첨단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지을 때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지 않았다. 작업 공정 중 일부 단계에서는 ‘틈’을 만들어 사람들이 직접 수동으로 일을 하도록 했다. 기계나 소프트웨어 대신 사람을 쓴 것이다.
이럴 경우 효율성은 떨어지고 비용 부담도 커진다. 그러나 핵심 공정에 대한 노하우가 소수의 샤프 직원 ‘머리’ 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일본 기업이 기술 유출 방지에 필사적인 이유=일본의 한 전자회사에서는 소니를 ‘올드S’, 삼성전자를 ‘뉴S’라고 말한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성장세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포함해 다른 아시아 국가의 기업들은 핵심 부품을 일본 회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설비를 생산하는 캐논과 도쿄일렉트론에서부터 DVD플레이어에 들어가는 초소형 모터를 생산하는 니덱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조업체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흑자를 보이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기업으로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핵심 기술을 지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시아의 기술 전쟁=1970년대 일본은 기술 선진국인 미국 전자제품을 분해한 뒤 재결합하는 식으로 미국 기술 따라잡기에 나섰다. 그런데 요즘은 핵심 기술이 물리적인 제품이 아닌, 제조 공정 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한국 대만 중국 기업이 모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 아시아 국가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또 일본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속속 해외에 진출하면서 기술 유출 가능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들은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서도 핵심 부품과 재료는 여전히 국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따라잡으려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자 사이의 ‘기술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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