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6월 25일 18시 4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매년 노조가 파업을 할 때마다 격려보다는 비난이 많았지만, 올해는 특히 “하필이면 이때에…”라며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질 않다.
충격적인 김선일(金鮮一)씨 피살 사건으로 온 국민이 비탄에 잠겨 있는 이때,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현대차 노조가 임금협상 결렬을 이유로 파업에 돌입한 데 대해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비난 글이 쏟아지고 있다.
“동포가 이역만리 땅에서 죽임을 당해 분노와 슬픔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현대차 노조의 파업 이라니…”(dugenio), “사지(死地)에서 돈 몇 푼에 목숨을 잃은 고인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파업만은 하지마라”(gusang23) 등이다.
노조는 “회사 측이 불성실하게 협상에 임했고,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사회공헌기금 조성 등 현대차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파업이 불가피 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전체 조합원의 70%가량이 파업에 찬성했다며 절차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조 측의 입장이 얼마나 공감을 살 수 있을까.
일본의 경우를 보자. 도요타 자동차는 2003년 회계연도 결산에서 세계 제조업체 가운데 사상 최대인 1조1000억엔(약 11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회사 노조는 “세계 1위인 미국 GM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비를 더 비축해야 된다”며 올해까지 3년 연속 기본급 동결에 동의했다.
미국의 GM 역시 한국과 일본, 독일 등 ‘외부의 적’에 맞서기 위해 6년째 무분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하투(夏鬪)’를 당연시하는 듯한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에선 도요타와 GM의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본관 출입문에는 ‘GT5(2010년에 세계 5대 자동차 회사 진입) 실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러나 파업으로 텅텅 빈 회사를 바라보며 왠지 공허한 구호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재락 사회2부 rak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