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영화 뺨친 구권화폐 사기단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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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권(舊券)화폐 사기단이 첩보영화를 연상케 하는 치밀한 각본으로 벤처기업 대표 등을 상대로 수십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성영훈·成永薰)는 23일 유모씨(42·구속)와 조모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유씨는 지난해 1월 “나는 한국에서 지하자금을 양성화시키는 책임을 맡고 있는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이라고 소개하며 벤처기업 대표 강모씨(32)와 박모씨에게 접근했다.

유씨는 강씨 등에게 “구권화폐에 30억원을 투자하면 200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유씨는 또 피해자들 앞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직원으로 가장한 일당 박모씨(수배중)에게 미국 연방채권 구입대금으로 12억원을 지급하는 장면을 연출해 자신을 믿게 했다.

유씨 일당에게 속은 강씨는 36억원을, 박씨는 10억5000만원을 각각 구권화폐 구입자금으로 건넸다. 유씨는 구권화폐 교환에 따른 수익금이라며 강씨 등에게 액면 100만달러 및 10만달러짜리 위조지폐 1억2000만달러어치를 건네주고 수천억원 상당의 위조된 수표와 채권 등도 지급했다.

또 정보부대 장교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조씨는 “노태우 정권 때 통치자금으로 숨겨 둔 구권화폐가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지하에서 썩고 있다”며 투자를 권유하며 바람잡이 노릇을 했다.

유씨는 구권화폐를 이용한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사기미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2년6월형을 선고받았으며 강씨 등의 고소로 추가 범죄가 드러났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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