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각종 경제현안 “시장 친화적” 입장 표명

  • 입력 2004년 6월 10일 18시 45분


노무현 대통령이 9일 민주노동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성장과 분배, 부유세, 쌀 재협상 등 예민한 경제현안에 대해 시장친화적인 견해를 강도 높게 표명해 주목받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민감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실용주의적인 소신을 밝힌 것은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경제 인식을 유지할 경우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을 강조한 대통령=탄핵 정국에서 복귀한 뒤 그동안 ‘개혁’ ‘경제위기를 부추기는 불순한 세력’ ‘조폭적 특권 문화 청산’ 등을 많이 이야기했던 노 대통령은 이날은 ‘시장’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의 총선 공약인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검토에 대해서도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분양원가 공개 반대는 개혁의 후퇴가 아니며 대통령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정경제부 고위 당국자는 “올해 초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을 때 대통령이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다른 제품과 달리 아파트에 대해서만 원가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와는 다소 어긋난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 때문에 건설교통부는 아파트 분양가를 표준건축비에 연동시키는 원가연동제를 대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총선 이후 이슈가 됐던 성장과 분배의 문제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법적인 규제로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부정적”이라며 “경제 활성화가 돼 세금이 많이 걷히면 그것을 통해 분배를 이뤄가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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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세 하려다 진짜로 해야 할 개혁을 못할 수도 있다”=노 대통령은 민주노동당의 핵심 총선 공약이기도 한 부유세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노회찬(魯會燦) 의원이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자 “부유세 같은 것을 하려다가 저항에 부닥치면 진짜로 해야 될 개혁을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쌀 재협상 문제에 대해서도 “실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 개방체제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개방 불가피론’을 폈다.

단병호(段炳浩) 의원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파견업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법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된다면 하겠지만 그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제전문가들도 긍정적 평가=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익대 선우석호(鮮于奭晧·경영학) 교수는 “대통령이 여러 가지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시장주의 원칙에 맞는 입장을 표명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 같은 원칙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이만우(李萬雨·경제학) 교수는 “그동안 대통령이 여러 가지 발언으로 오해를 사는 일이 많았는데 대통령이 근본적으로는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에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左承喜) 원장은 10일 별도로 개인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과연 어떤 정책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기준으로 경제문제를 생각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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