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부동산시장]집 안팔려 이사 못하고 발만 동동

정부의 각종 규제 조치로 부동산 거래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단지 상가들에는 부동산 임대와 매매를 선전하는 전단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그러나 거래가 없어 오히려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점포를 내놓는 실정이었다.-성남=이훈구

2일 낮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로 꼽히는 도곡동 은광여고 인근 H아파트. 4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주차장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 71가구 중 입주한 사람은 3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입주 예정자는 “지금 살고 있는 홍제동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입주를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입주를 미룬 분들 대부분이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낭패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 실종, 실수요자 낭패=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입주 지연, 주택업체 자금난, 대량 미분양 사태, 신규 사업 포기 등 연쇄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와 강동구의 5월 부동산 거래 총 건수(지자체 검인 건수 기준)는 각각 1606건과 876건.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와 63.4% 감소한 규모다.

이 중 주택거래를 꽁꽁 얼어붙게 만든 것은 거래신고제. 서울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는 5월 주택거래 건수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등 세금 부담이 늘어난 데다 정부가 또 어떤 규제 정책을 내놓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거래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위축은 새 아파트 입주를 막는 요인. 경기 광주시 초월면 D아파트에 입주 예정인 P씨는 살고 있던 집이 팔리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다.

그는 “집을 내놓은 지 두 달이 되도록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말했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분양받은 사람들은 더욱 심각하다. 전세 임대조차 여의치 않아 계약금을 날리면서 입주를 포기하기도 한다.

이는 주택업계의 자금난으로 이어진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수도권의 경우 250가구가 미분양되면 주택업체는 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묶인다”고 말했다.

▽분양 침체 가속화=지방, 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분양시장이 가라앉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에서 4월 분양한 A아파트는 6월 2일까지 계약률이 겨우 15%를 웃돌고 있다.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 5월 분양된 ‘아크로타워’는 청약경쟁률이 100 대 1에 달했으나 지금도 미분양이 남아 있다.

중도금 무이자 등 사실상 가격 할인 혜택을 내세워도 분양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컨설팅회사 알파오에스의 곽창석 상무는 “분양시장 침체가 신규 공급 감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악영향 우려=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금속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김영기 사장(44)은 4월 1차 부도를 냈다. 그의 부채는 1억2000만원. 김 사장은 경기 시흥시에 시가 3억원짜리 땅을 갖고 있으나 4개월째 팔리지 않아 결국 도산 위기에 처했다.

그는 “과거에는 회사가 어려울 때 집이나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고 여건이 좋으면 부동산을 다시 사기도 했다”며 “부동산 거래 중단은 자금난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주택업체의 신규 사업을 막아 직접적인 경기 위축 요인이 된다.

정부 규제가 집값을 잡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임달호 사장은 “거래가 끊어져 시세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면 집값이 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결국 경제의 활력만 떨어뜨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