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1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돈을 빌린 사람의 신용수준까지 고려해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신바젤협약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져 신용도가 떨어진다.
▽신바젤협약이란=BIS는 1998년 스위스 바젤에서 각국 은행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 자기자본비율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1988년에 제시했다. 적용 대상 은행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바젤위원회는 더 정교한 자기자본 기준을 마련해 올해 6월 회원국의 합의를 거쳐 2006년 말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은 회원국이 아니지만 새 기준을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
신바젤협약의 특징은 위험가중자산을 평가할 때 대출받은 사람의 신용도에 따라 가중치를 둬 평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은행들이 가까스로 맞춰왔던 BIS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낮아진다. BIS 비율이 낮아지면 은행은 신용이 떨어져 거래고객이 이탈하고 은행간 합병에서도 불리해진다
▽은행들 대책 마련에 분주=은행들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회계법인의 컨설팅을 받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A시중은행 대책팀장은 “새 기준을 적용하면 자기자본비율이 20%가량 감소한다”면서 “이 때문에 수조원에 이르는 자기자본을 조달해야 하는데 시한이 너무 촉박하다”고 우려했다.
신바젤협약 도입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26일 ‘신바젤협약 도입에 따른 은행대출 현상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새 협약이 도입되면 한국 경제의 경기진폭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 침체기에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고객에 대한 대출을 크게 줄여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경기 상승기에는 대출이 너무 늘어 경기과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나 개인은 더욱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정재(李晶載)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신바젤협약이 발효되면 신용도가 취약한 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이 위축되는 등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 현행 및 신 BIS협약 비교 (자료:금융감독원) | ||
| 현행 BIS협약 | 신 BIS협약 | |
| 자기자본비율 산출 때 반영 하는 리스크 | 신용리스크, 시장리스크 | 신용리스크, 시장리스크에 운영리스크 추가. 운영리스크는 내부통제제도, 전산 장애, 사기나 횡령 등 금융사고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
| 신용리스크 측정 방법 | 국가 0%, 은행 20%, 기업 100% 등 일률적으로 적용해 은행의 위험을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함 | 외부 신용평가등급에 따라 기업 등의 위험 가중치를 차등화해 대출에 따른 신용위험을 정교하게 반영 |
| 운영리스크 측정 방법 | 없음 | 총수입의 일정 비율(15%)을 부과하거나 사업 부문별로 운영리스크를 산정해 단순 합산. 또는 사업 부문별 손실과 부문간 상관관계를 감안해 측정 |
| 감독기능 | 없음 | 감독당국이 은행의 자본 적정성 평가시스템 승인 및 상시점검. 리스크가 높은 은행에 대해서는 최저비율(8%) 이상의 자기자본 보유 요구 |
| 공시 | 없음 | 은행의 자기자본 상태 및 리스크 수준, 특성, 측정방법 등 공시 의무화 |
|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자산 위험가중치). | ||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자기자본 : 은행이 갖고 있는 돈(총자산)에서 빌린 돈(타인자본)을 제외한 자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