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지배구조 새틀짜기

  • 입력 2004년 5월 26일 17시 56분


한화그룹이 계열사간 주식거래를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정리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계열사들이 서로의 주식을 갖고 있어 복잡하게 얽혀 있던 구조를 주력회사인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이하 한화석화)이 주요 계열사의 대주주가 되는 구조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 이 같은 내부거래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 마련은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한화석화가 중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어떤 거래가 이루어졌나=한화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는 올해 들어 크게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한화증권과 한화유통이 3월말 대한생명 지분 10.7%를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에 1852억원(859억원은 미지급)에 팔았다.

㈜한화는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종합에너지 지분 22.5%를 한화석화에 981억원에 팔고, 한화증권에는 자사주 2%와 한화기술금융 지분 18.7%를 131억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계열사가 조금씩 나눠 갖고 있던 대한생명 지분은 ㈜한화로 모아져 ㈜한화가 대한생명의 1대 주주가 됐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의 최대주주여서 대한생명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 거래는 21∼25일 이뤄졌다.

한화유통은 한국종합에너지 지분 15.7%를 694억원에 한화석화에 팔았다. 한화석화는 갖고 있던 한화청량리역사(驛舍) 지분 26.2%를 한화국토개발에, 한화역사 지분 25.2%를 한화종합화학에 109억원에 팔았다.

한화석화는 두 번의 거래를 위해 1566억원을 썼다.

▽왜 거래했나=한화그룹은 최근의 지분 이동과 관련해 “고유의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석화는 사업 연관성이 없는 한화청량리역사와 한화역사 등 2개 역사의 지분을 모두 팔고 한국종합에너지를 인수해 시너지효과를 높인다는 것. 한화유통은 에너지회사 지분을 팔아 유통 관련 사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는 “한화석화의 기업 전략은 계열사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차입금을 갚아 작년 말 118%인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이라며 “한국종합에너지 지분 인수는 한화유통의 자금 마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화석화는 1∼3월 영업이익이 68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4%나 늘어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국의 경기조절 정책으로 매출이 줄어들 수 있지만 상당한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서울증권 백관종 연구원은 “한화석화의 지분 매입은 시장의 기대에 어긋나며 중요 의사 결정이 기업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시에서는 ‘한화그룹의 기업지배구조 불투명성이 다시 부각됐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최근 한화석화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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