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충격’ 서울 장안동-가양동 중고車시장 한숨

  • 입력 2004년 5월 23일 18시 06분


23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서서울자동차매매시장에 빼곡히 들어서 있는 중고자동차들. 최근 경기불황으로 중고차 거래가 매우 위축됐다.-김미옥기자
23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서서울자동차매매시장에 빼곡히 들어서 있는 중고자동차들. 최근 경기불황으로 중고차 거래가 매우 위축됐다.-김미옥기자
계속되는 내수 불황에 고유가까지 겹쳐 국내 중고차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연초부터 침체되기 시작한 중고차 매매시장이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문 닫는 매매상들=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 서서울자동차매매시장. 길 한쪽에 도로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중고자동차상가에서 나온 속칭 ‘떠방’들이 도로 한복판까지 나와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이들은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호객 행위를 했다.

손님을 부르던 8년 경력의 중고차판매상 김모씨(36)는 오가는 행인조차 뜸해지자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물었다. 그는 “지금처럼 장사가 안 되면 때려치우고 다른 일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서울중고자동차매매소. 1만평 위에 서 있는 차량만 해도 500여대에 이르지만 손님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가양동 A자동차판매상사 사장 오모씨(43)도 “하루에 적어도 7, 8대는 팔아야 사무실을 유지할 수 있는데 요즘 4, 5대도 안 팔린다”고 말했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긴 중고차매매상도 늘고 있다. 가양동 한성자동차사업장에 입주한 27개 상사 가운데 4개 업체는 임대료를 내지 못해 최근 문을 닫았다. 한성자동차 사업지부 유광영 사무장(43)은 “우리 건물에 입주한 사무실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치는 10여 군데만 간신히 현상유지를 하는 상태”라며 “임대료를 2년간 내지 못한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휘발유차는 특히 애물단지=서울의 대표적 중고차 거래시장인 이곳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불황 때문에 새 차 대신 중고차를 찾는 손님이 많았던 것.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깊어지자 올해 들어서는 중고차를 찾는 사람마저 줄어들고 있다.

판매상 김모씨는 “외환위기 때는 헐값 급매물이 많아 그나마 이윤을 남길 여지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헐값 매물도 없고 사는 사람의 발길도 끊겼다”고 말했다.

중고차업체에 문의 전화는 심심찮게 걸려왔다. 대부분 차를 팔고 싶다는 내용. 중고차 딜러 박모씨(46)는 “휘발유차를 팔겠다는 전화만 하루에 10여 통씩 걸려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연료비가 적게 드는 경유차나 LPG차를 주로 찾는다는 것. 수급이 맞지 않다 보니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안동 자동차매매사업조합 문형옥 이사장은 “배기량 2000cc가 넘는 대형 휘발유 승용차가 가장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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