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힘’ 얼마나 남았을까… 지난주 ‘현물’ 출렁

  • 입력 2004년 5월 23일 18시 06분


최근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증시의 관심이 선물 움직임에 쏠린다.

파생상품 전문가들은 “선물옵션 만기일(6월 10일)까지 추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선물시장의 변동성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변동성 높아진 선물시장=지난주 증시는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흔드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 현상으로 출렁거렸다. 외국인이 주식을 대량 순매수했지만 선물시장에서의 ‘팔자’세 영향으로 주가의 발목이 잡히는 장세가 연출됐다.

6월 선물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 누적포지션은 21일 현재 2만388계약. 전날에는 5500계약(2700억원)을 순매도해 그 규모가 2만 계약을 넘어섰다. 매도 누적 포지션이 2만 계약을 돌파한 것은 2003년 초에 이어 사상 두 번째였다.


외국인이 증시 하락을 예상하고 선물을 대량 매도하면 선물 가격이 크게 낮아진다. 동시에 현물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프로그램 매매가 자동적으로 비싼 현물을 팔고 싼 선물을 사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현물 시장에 물량이 쏟아지는 것. 지난주 증시 반등 폭이 크지 않았던 주된 이유다.

외국인은 21일 선물시장에서 2690계약 순매수로 돌아섰다. 그러나 외국인이 최근 대량 순매수-순매도를 넘나드는 ‘오락가락’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어 아직 방향성을 논하기 어렵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원은 “폭락 이후의 기대감과 우려감이 응축돼 있는 시장”이라며 “증시 전망과 상관없이 선물시장에서 기술적인 단타 매매에 치중하는 외국인이 더 많다”고 분석했다.

▽잠재 매물은 줄어들겠지만…=시장 관계자들은 선물 매도 규모가 이미 사상 최대 수준에 육박하는 만큼 더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프로그램 매물의 ‘실탄’이 부족해 현물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지난주 현물-선물 시장에서 매매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된 뒤 남은 매수차익거래 잔액은 4000억원대에 불과하다”며 “변동성 우려를 제외한다면 지수의 하락 압력은 일단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프로그램 매도차익 잔액은 744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도차익잔액이 매수차익잔액보다 많아진 경우는 1996년 이후 4차례 뿐. 당시는 대우사태와 미국 9·11테러 등 대형 악재가 터졌던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만기일이 가까워졌을 때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현물시장에 3000억원대 ‘사자’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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