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투자 늘려라" 경제부처 압력

  • 입력 2004년 5월 13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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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국내 증시상황과 관련, 국민연금의 증시 투입을 둘러싸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 일각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주식투자 비율을 현행 6%대에서 30~40%까지 늘리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는 내부 주장이 나왔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13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공단의 기금 가운데 주식 투자 금액의 비율을 높이라는 압력성 전화를 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압력은 보건복지부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공단측에 전달된다"며 "(경제 부처가) 공문으로 보내면 근거가 남아 국정감사때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전화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은 3월 말 현재 117조원 규모이며 공단은 이 가운데 6.7%인 7조 9천억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경제 부처의 요구대로 주식투자 비율을 30~40%까지 늘릴 경우 금액만도 40여조원에 달해 기금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들 부처는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빠져 나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안전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압력 전화는 경제 부처의 권한을 벗어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는 기금관리기본법 상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다만 해마다 보건복지부가 수립하는 '기금운용계획'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 관계자는 “국민 연금의 주식 투자 비율을 결정하는 것은 보건복지부 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라며 "기획예산처는 공단 운영비 등에 대해서만 심의할 수 있을 뿐 주식 투자 등의 여유자금에 대해서는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 역시 “주식 투자 비율은 기금 관리주체들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지 경제 부처에서는 어떤 입장도 내세우지 않고 있다”며 “(압력설은) 전혀 사실 무근의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비율을 늘리라는 경제 부처의 얘기는 늘상 있어왔던 얘기” 라면서 “그러나 이번에 경제부처의 구체적 주문을 전해들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의 박광승 차장도 이같은 ‘압력 전화’ 주장에 대해 “경제부처나 보건복지부는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라는 압력을 공단에 행사할 수 없고, 실제로 어떤 형태의 압력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공단은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율을 올해 말까지 10%선 내외로 늘릴 계획이었다.

김현 동아닷컴 기자 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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