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공정위주장 반박 “30대그룹 금융계열사 되레 감소”

  • 입력 2004년 5월 10일 18시 04분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범위 축소 여부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지배 실태에 대한 해석을 놓고 양측이 또다시 격돌했다.

전경련은 2002년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가 허용된 이후 금융보험사가 계열사 지배력 확장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는 공정위의 주장에 대해 10일 자료를 내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전경련은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 수가 76개(2001년)→78개(2002년)→85개(2003년)로 증가하고 있다는 공정위의 주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의결권을 제한받는 기업집단이 대폭 늘어난 사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결권을 규제받는 기업집단이 법 개정으로 종전의 30대 그룹에서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집단으로 바뀌면서 2001년 30개에서 2002년 43개, 2003년 49개로 증가했다는 것.

전경련은 30대 그룹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이들의 금융보험사는 2002년에 67개로 1년 전에 비해 오히려 9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의결권 제한을 받는 기업집단들이 보유한 평균 금융·보험회사 수는 2001년 2.53개에서 2002년 1.73개로 줄었다는 것.

전경련은 금융·보험회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도 114개(2001년)→118개(2002년)→144개(2003년)로 증가했다는 공정위 주장도 의결권을 제한받는 기업집단이 증가한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화재의 애니카랜드(자동차 정비네트워크 업체) 출자나 삼성생명의 생보부동산신탁(부동산신탁 전문회사) 출자 등 주요 그룹 소속 금융·보험회사의 출자로 계열사가 일부 증가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지배력 확대가 목적이 아니라 본업 수행과 관련된 회사에 출자한 것이라고 전경련은 해명했다.

전경련 양금승 기업정책팀장은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이 완화된 이후 공정위가 우려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외국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현행 의결권 행사한도(30%)는 최소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고위당국자는 “공정위가 추구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재계가 정부 정책에 대해 일일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세대 경제학과 이제민 교수는 “재벌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 투기자본에 의해 국부가 유출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재벌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은 인정해 주되 부당내부거래는 철저히 추적해 가혹하게 처벌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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