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과 선물]“평소 취향 기억하면 받는 기쁨 두배되죠”

  • 입력 2004년 5월 3일 16시 30분


주부들은 가정의 달에 어떤 생각을 할까. 선물을 준비하고 선사하고 난 뒤에 느끼는 애환을 주부들을 통해 들어봤다. 왼쪽부터 전지원 홍명희 박소연 주부. 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주부들은 가정의 달에 어떤 생각을 할까. 선물을 준비하고 선사하고 난 뒤에 느끼는 애환을 주부들을 통해 들어봤다. 왼쪽부터 전지원 홍명희 박소연 주부. 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가정의 달’인 5월. 주부들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쇼핑몰이 주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3.1%가 “선물 마련에 비용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줄줄이 이어지는 각종 기념일은 경기침체로 수입이 준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게다가 어떤 선물을 준비하느냐도 고민이다. 주부들은 가정의 달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선물을 둘러싼 애환과 기쁨을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3명의 주부에게 들어봤다. 전업주부인 홍명희씨(30·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와 아이를 시부모께 맡기는 맞벌이 주부 전지원(30·경기 용인시 죽전동) 박소연씨(31·서울 강남구 신사동)가 대화에 참여했다. 진솔한 대화를 위해 내용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5월엔 저축 못해=“5월엔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기념일 외에 결혼식이나 돌잔치도 많잖아요. 생활비로 따지면 전월에 비해 30% 이상 지출이 늘어요. 아예 5월은 저축하지 못하는 달로 생각하죠.”

“저축을 못하는 정도면 괜찮아요. 우리는 저축한 돈을 끌어다 써야 할 정도예요. 시댁과 친정, 그리고 선생님 선물로 100만원 정도 쓴 적도 있어요. 어버이날엔 선물뿐 아니라 외식도 하잖아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선생님 선물도 만만치 않아요. ‘좋지 않은 선물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소문이 나서 아예 엄마 셋이 모아서 ‘명품’ 열쇠고리를 샀어요. 그 명품 브랜드의 점원이 말하는데 스승의 날이 지나면 선생님들이 열쇠고리 같은 소품 몇 개를 챙겨 와서 가방 같은 것으로 바꿔 간대요.”

“유치원뿐 아니라 과외 선생님도 챙겨요. 아이에게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영어 선생님 등에겐 신경이 더 쓰여요.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아예 선물을 못하게 하니까 그건 편해요.”

“아무래도 시댁엔 가격이 비싼 것으로, 친정은 마음을 더 쓴 것으로 고르게 돼요. 친정 부모님은 뭘 사드려도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하는데 시부모님은 당연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시댁에는 우선 비싼 것, 좋은 것으로 하면서도 눈치를 보게 돼요.”

“아이를 시부모님께 맡긴 뒤에는 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 더 신경이 쓰여요. 시부모님도 아이를 맡으신 뒤 어떤 비싼 선물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네 아이를 키워주니깐 이 정도는 괜찮다’ 생각하시는 건지. 면역이 생기니까 점점 비싼 선물을 사야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선물은 실패=“근데 선물 마련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에요. 한 번은 구두를 사 드렸는데 받을 땐 ‘이쁘다’ 하시더니 한참 뒤에도 계속 신발장에 넣어두시는 거예요. ‘왜 안 신으시냐’고 물었더니 ‘발에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크기가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그 다음부터는 돈으로만 드려요. 물건을 사면 성공하기 어려워요.”

“근데 돈으로 드리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안 사세요. 오히려 손자손녀에게 다 돈을 쓰시더라고요. 그래서 옷 스카프 화장품 등을 사드렸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별로였어요. 내가 안목이 없어서 그런가. 돈도 물건도 맘이 편치 않아요.”

“시부모님도 친정 부모처럼 마음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 자리에서는 좋다고 이야기하시고 나중에 시누이를 통해서 ‘사실은 그런 것 안 쓴다’는 말을 전해 들으면 섭섭하더군요.”

▽부담 줄이며 부모님께 선물하기=“어른들은 노인 취향의 제품을 사다 드리면 싫어하는 것 같아요. ‘아버님, 이거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화장품이에요’하면서 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어요.”

“맞아요. 저도 ‘어머니, 이거 예뻐서 저랑 똑같은 것으로 하나 더 샀다’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셨어요. 나이가 들어도 젊은 사람과 같은 것을 입고 싶으신가봐요.”

“선물을 사서 성공하려면 평상시에 뭐가 필요하신지, 생활습관은 어떠하신지를 유심히 관찰해야 할 것 같아요. 이전에 교회에 자주 나가시는 아버님을 위해 작은 손가방을 사드렸는데 정말 만족해 하셨어요.”

“맞아요. 한 번은 시어머니께 휴대전화를 사드렸는데 시댁 식구에게 ‘애들이 나에게 족쇄를 채우려고 한다’고 말씀하셨다기에 상처 받았어요. 어머니는 휴대전화가 필요 없고 거추장스러우셨던 모양이에요.”

“무엇보다 기념일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면 자주 찾아뵙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자주 찾아가서 부모님께 관심을 기울이고 작지만 꼭 필요한 것을 챙겨드리면 기념일에 부담이 적죠. 사실 기념일엔 선물을 당연하게 받으시지만 평상시에 드리면 작은 것에도 기뻐하시잖아요?”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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