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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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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 저축 못해=“5월엔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기념일 외에 결혼식이나 돌잔치도 많잖아요. 생활비로 따지면 전월에 비해 30% 이상 지출이 늘어요. 아예 5월은 저축하지 못하는 달로 생각하죠.”
“저축을 못하는 정도면 괜찮아요. 우리는 저축한 돈을 끌어다 써야 할 정도예요. 시댁과 친정, 그리고 선생님 선물로 100만원 정도 쓴 적도 있어요. 어버이날엔 선물뿐 아니라 외식도 하잖아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선생님 선물도 만만치 않아요. ‘좋지 않은 선물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소문이 나서 아예 엄마 셋이 모아서 ‘명품’ 열쇠고리를 샀어요. 그 명품 브랜드의 점원이 말하는데 스승의 날이 지나면 선생님들이 열쇠고리 같은 소품 몇 개를 챙겨 와서 가방 같은 것으로 바꿔 간대요.”
“유치원뿐 아니라 과외 선생님도 챙겨요. 아이에게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영어 선생님 등에겐 신경이 더 쓰여요.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아예 선물을 못하게 하니까 그건 편해요.”
“아무래도 시댁엔 가격이 비싼 것으로, 친정은 마음을 더 쓴 것으로 고르게 돼요. 친정 부모님은 뭘 사드려도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하는데 시부모님은 당연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시댁에는 우선 비싼 것, 좋은 것으로 하면서도 눈치를 보게 돼요.”
“아이를 시부모님께 맡긴 뒤에는 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 더 신경이 쓰여요. 시부모님도 아이를 맡으신 뒤 어떤 비싼 선물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네 아이를 키워주니깐 이 정도는 괜찮다’ 생각하시는 건지. 면역이 생기니까 점점 비싼 선물을 사야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선물은 실패=“근데 선물 마련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에요. 한 번은 구두를 사 드렸는데 받을 땐 ‘이쁘다’ 하시더니 한참 뒤에도 계속 신발장에 넣어두시는 거예요. ‘왜 안 신으시냐’고 물었더니 ‘발에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크기가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그 다음부터는 돈으로만 드려요. 물건을 사면 성공하기 어려워요.”
“근데 돈으로 드리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안 사세요. 오히려 손자손녀에게 다 돈을 쓰시더라고요. 그래서 옷 스카프 화장품 등을 사드렸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별로였어요. 내가 안목이 없어서 그런가. 돈도 물건도 맘이 편치 않아요.”
“시부모님도 친정 부모처럼 마음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 자리에서는 좋다고 이야기하시고 나중에 시누이를 통해서 ‘사실은 그런 것 안 쓴다’는 말을 전해 들으면 섭섭하더군요.”
▽부담 줄이며 부모님께 선물하기=“어른들은 노인 취향의 제품을 사다 드리면 싫어하는 것 같아요. ‘아버님, 이거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화장품이에요’하면서 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어요.”
“맞아요. 저도 ‘어머니, 이거 예뻐서 저랑 똑같은 것으로 하나 더 샀다’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셨어요. 나이가 들어도 젊은 사람과 같은 것을 입고 싶으신가봐요.”
“선물을 사서 성공하려면 평상시에 뭐가 필요하신지, 생활습관은 어떠하신지를 유심히 관찰해야 할 것 같아요. 이전에 교회에 자주 나가시는 아버님을 위해 작은 손가방을 사드렸는데 정말 만족해 하셨어요.”
“맞아요. 한 번은 시어머니께 휴대전화를 사드렸는데 시댁 식구에게 ‘애들이 나에게 족쇄를 채우려고 한다’고 말씀하셨다기에 상처 받았어요. 어머니는 휴대전화가 필요 없고 거추장스러우셨던 모양이에요.”
“무엇보다 기념일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면 자주 찾아뵙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자주 찾아가서 부모님께 관심을 기울이고 작지만 꼭 필요한 것을 챙겨드리면 기념일에 부담이 적죠. 사실 기념일엔 선물을 당연하게 받으시지만 평상시에 드리면 작은 것에도 기뻐하시잖아요?”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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