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그룹 부실기업 인수 ‘알짜회사’로 키워

  • 입력 2004년 4월 29일 18시 06분


‘부실회사를 싸게 인수해 알짜배기 회사로 탈바꿈시킨다.’

삼성 LG SK 등 대기업은 창업하거나 우량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반면 이수그룹은 부실기업을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을 그룹 성장의 축으로 삼고 있다.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펀드가 주로 이 같은 일을 하지만 이수그룹은 제조업 운영 노하우를 살려 투자펀드보다 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이수그룹은 앞으로도 부실기업 2, 3개를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다.

▽부실기업의 정상화 과정=이수그룹은 1996년 자본잠식 상태인 남양정밀(현 이수페타시스)을 10억원대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컴퓨터, 통신장비, 휴대전화 등의 핵심부품인 전자회로기판(PCB)을 생산한다. 당시 불량률은 평균 30∼40%, 심하면 70%까지 올라가는 문제가 있었다. 또 영업전략이 분명치 않아 경쟁사를 따라가는 데 급급했고 생산할수록 적자 규모가 커졌다.

이수그룹은 공장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이수화학의 경영진을 파견해 먼저 직원들의 정신을 무장시켰다. 제품 불량의 원인이 기술력이 아니라 직원관리 부재에서 비롯됐기 때문이었다. 영업전략은 기술심사가 까다로운 미국 최대 인터넷장비업체인 시스코에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고다층(高多層) PCB를 납품하는 것으로 잡았다. 기술 개발능력을 강화해 단번에 후발주자에서 선도업체로 변신한다는 것. 부족한 자금은 한강구조조정기금이 25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이러한 노력은 성과를 거둬 이수페타시스는 불량률이 5% 미만으로 떨어졌고 탄탄한 수익기반을 갖췄다.

같은 시기에 인수한 이수세라믹은 가전제품 부품인 페라이트 코어를 생산한다. 당시 마찬가지로 불량률 50%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수는 이수페타시스와 똑같은 방식을 적용해 현재 불량률 제로(0)에 도전하고 있다.

▽마른 수건을 짠다=두 회사는 정보기술(IT) 산업 호황과 환율 상승으로 한동안 경영상태가 좋았지만 2000년 후반부터 IT 경기가 꺾이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이수는 2001년 혹독하기로 소문난 맥킨지컨설팅의 제조원가 절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체 공장직원이 의무적으로 단돈 1000원이라도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고 반드시 실천하는 것으로 생산현장 곳곳에 숨어있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3년 동안 이수페타시스는 245억원, 이수세라믹은 139억원의 생산원가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수 김성민 사장은 “이수화학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신규사업 진출을 고려했는데 현금이 적어 부실기업을 싸게 인수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원가절감과 공장운영 경험은 그룹의 소중한 무형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이수그룹은 지난해 8월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를 갖춰 한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회사로 이전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신규사업 진출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김 사장은 “사업 연관성을 따지기보다는 말 그대로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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