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악몽’ 재현? 추가상승?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11분


전 세계 증시가 금리인상 우려와 이라크 등 중동지역 분쟁 악화로 조정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일 국내 증시는 16포인트 이상 급등세로 마감했으나 기계적인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이 상승의 주요인이어서 추가상승에는 확신이 서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증시 일각에서는 최근 장세를 ‘2002년 4월 장세’와 비교하면서 ‘하락에 대한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종합지수가 13일 장중 927선까지 치솟은 이후 최근까지 900선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4월 18일 종합지수는 937선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다음해 3월 17일 515선까지 곤두박질쳤다. ‘2002년 4월 장세’와 ‘2004년 4월 장세’가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증권전문가는 “2002년보다 최근 증시의 국내외 여건이 훨씬 좋다”며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2002년 4월 대(對) 2004년 4월=2002년 하락장이 연상되는 것은 삼성전자 때문이다.

2002년 4월 삼성전자는 ‘기대 이상’의 1·4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하고 주가가 처음으로 40만원대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올해도 실적 발표를 앞두고 61만60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발표(16일)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60만원 아래로 추락했다. 20일 시장에서는 60만원선을 회복했지만 향후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사실이다.

또 중동지역 분쟁 악화에 따른 기름값 상승과 금리인상 우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 가능성 등도 조정장세를 부추기는 요인들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의 증시여건이 2년 전과는 크게 다르다고 강조한다.

우선 2년 전 주가 상승은 정부의 부동산경기 부양책과 신용카드 남발 등 인위적인 내수진작에 따른 거품 장세였다는 것. 반면 최근의 주가상승은 세계 경기 회복과 이에 따른 기업 실적 호전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해는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출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하면서 1·4분기에 이어 2·4분기(4∼6월)에도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적인 실적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2002년 4월 장세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동원증권 김세중 책임연구원은 “장이 안 좋을 때는 과거의 나쁜 경험을 떠올리는 투자자들의 습관도 작용한 탓”이라고 말했다.

▽추가 상승 가능성은?=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종합적인 측면에서 증시 여건은 2년 전보다는 훨씬 양호하며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정보기술(IT) 관련 대형주와 이와 관련된 코스닥종목을 투자 대상으로 추천했다.

현대증권 오성진 투자전략팀장은 “급격한 금리 변동 등과 같은 악재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2·4분기 중 주가는 950선까지 오를 수 있다”며 “IT와 IT부품, 에너지, 화학 관련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세중 연구원도 “현재는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경기 상승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2년 전과 다르다”며 “상승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투자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 경기 호황세를 이끌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경기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국내기업의 수출증가율도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해외 경기 및 증시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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