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증가…3월말 현재 94조원 재정악화 가속

  • 입력 2004년 4월 6일 18시 24분


대표적 국채인 정부발행 국고채 잔액이 지난 1년3개월 동안 40조원 가까이 급증해 나랏빚(국가채무)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경기 악화시 경제정책의 최종 버팀목’으로 꼽히는 재정사정도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6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국가채무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고채 발행 잔액은 3월 말 현재 9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81조4000억원)보다 13조원(16.0%) 늘어났다. 또 2002년 말의 55조6000억원보다는 38조8000억원(69.8%)이나 증가했다.

3월 말 기준으로 국채 발행 잔액은 △국고채 94조4000억원 △외국환평형기금채권 23조6000억원 △국민주택채권 30조6000억원 △양곡기금채권 6000억원 등 150조원에 육박한다.

또 국가채무는 정부 발행 채권인 국채 외에도 한국은행 및 국제금융기구로부터의 정부 차입금도 합하기 때문에 전체 국가채무 규모는 국채 총액(약 150조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공식통계상 최근 자료인 2002년 말 기준 국가채무는 133조6000억원이었다.

최근 국고채 발행이 급증한 것은 외환위기 후 공적자금을 조성, 투입하는 과정에서 발행된 예금보험공사 채권이 국고채 전환이란 형태로 본격적으로 재정에 전가되기 시작한데다 경기부양책 등으로 발생한 적자재정을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정부가 재정을 통해 경기침체, 가계부실, 고령화 등에 대응하는 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대외 신인도도 떨어뜨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공식적으로 국가채무로 잡히지는 않지만 정부 보증 채무와 공기업 채무 등도 앞으로 상황에 따라서는 국가채무로 잡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곽태원(郭泰元)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잣집과는 달리 가난한 집에서는 빚이 조금만 있어도 큰 문제”라며 “정부는 자주 외국과 비교하지만 경제가 안정된 선진국에서는 국가 부채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어도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규연(崔圭淵) 재경부 국고과장은 “한국의 2002년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비율 75%보다 훨씬 낮다”고 해명했다.

한편 외평채 발행으로 늘어난 통화를 흡수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 발행 잔액도 3월 말 현재 119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조1000억원(13.4%), 2002년 말보다 35조3000억원(41.9%) 급증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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