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시티파크 못말리는 ‘투기 열풍’…청약금 8조-28만명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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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짓는 주상복합 ‘시티파크’에 이틀 동안 28만여명의 청약자가 몰려 과열 양상을 빚었다.

정부는 “투기 세력을 색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동식 중개업자인 ‘떴다방’들이 불법 분양권 전매까지 부추겨 30일 당첨자 발표 후에도 후유증이 우려된다.

청약 마지막 날인 24일 시티파크 청약을 받는 서울 등 수도권의 193개 한미은행 지점에는 전날보다 최소 50% 이상 늘어난 청약자가 몰려들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미은행 여의도지점 앞에 청약자가 줄을 서기 시작한 것은 이날 오전 2시. 오전 9시경 청약자의 줄은 100m를 넘었고 지점이 준비한 번호표 1000개는 곧 동이 났다. 은행의 번호표 제작 기계는 세 자리 이상 숫자를 표시하지 못하는 탓에 직원들이 직접 번호표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한미은행 각 지점 주변에서는 떴다방들이 “당첨자 발표 후 계약할 때까지 몇 번이고 전매를 할 수 있다”며 불법 전매를 부추겼다. 시티파크는 4월 1, 2일 계약 이후 1회에 한해 전매를 할 수 있으며 계약 이전의 전매는 모두 불법이다.

23, 24일 이틀 동안 접수된 청약금은 8조원(1인당 청약금 1000만∼5000만원, 28만명 기준)을 웃돌 전망이다. 이는 아파트 청약 사상 최고액. 아파트와 주거형 오피스텔 등 총 760가구 분양에 경쟁률이 368 대 1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주상복합 청약신청금은 지난해 5월 분양한 서울 광진구 구의동 ‘더샵(The #) 스타시티’가 2조69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단지는 2002년 11월 분양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캐슬골드’ 1차로 80가구 모집에 2만6723명이 몰려 평균 334 대 1을 기록했다.

지나친 투기 열풍은 정부와 시중 부동자금, 투기심리 등의 합작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리얼티코리아 박재열 이사는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부 전매를 허용해 시중 자금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투기 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30일 당첨자가 발표되면 분양권 불법 전매 여부에 대한 정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분양권 전매 때 매수자와 매도자로부터 실거래가를 직접 파악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키로 했다. 불법 전매를 하다 적발되면 주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서울 용산의 주상복합 ‘시티파크’ 청약 접수 마지막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미은행 지점에서 서울지방국세청 직원들이 투기세력을 적발하기 위한 단속을 벌였다. 시티파크 청약에는 이틀 동안 20만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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