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선광고 9·11 유가족 격렬 항의

  • 입력 2004년 3월 5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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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를 소재로 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선 광고가 테러 유가족과 소방대원들의 격렬한 항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이 국가적 비극을 정치에 이용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4일 18개주 80개 지역에서 일제히 선보인 광고는 모두 3편으로 450만달러(약 54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1편에는 '비극의 날'이라는 자막과 함께 세계무역센터(WTC)의 잔해 속에서 펄럭이는 성조기와 구조요원들이 성조기로 덮은 시신을 옮기는 장면, 소방관의 모습 등이 나온다. 2편에선 WTC 잔해 장면이 잠깐 비친다. 3편에선 부시 대통령이 부인 로라 부시 여사에게 "나는 미국을 어디로 이끌어야할지 안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부시 진영은 이 광고의 주제를 '변화의 시기에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잡았다.

이 광고에 대해 9·11 당시 구조요원으로 일했던 소방관 토미 피는 "그라운드 제로에 있던 소방관들의 모습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테러로 WTC에서 근무하던 남편을 잃은 모니카 개브리얼은 "3000여 희생자들의 뺨을 갈긴 격"이라며 "9·11 테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의도"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케리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소방관 노조는 "부시 대통령이 장비와 교육 문제에 있어서 응급요원과 소방관들을 속였다"면서 광고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선거운동본부 홍보책임자인 캐런 휴스 고문은 CBS 방송에 출연해 "9·11은 사람들과 동떨어진 비극이 아니라 국가 장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면서 광고를 계속할 뜻임을 밝혔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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