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폭등 속 국내 물가불안

  • 입력 2004년 3월 2일 11시 59분


각종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물가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가 1월에 비해 0.4%,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3.3%가 각각 올랐다.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 자주 쓰이는 156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달 대비 0.7%, 작년 동월 대비 4.2%가 올라 평균 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생선류, 채소류, 과실류가 포함되는 신선식품은 1월보다 2.3%, 작년 같은 달에 비해서는 9.4%가 각각 올라 소비자의 체감물가는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오름세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와중에서 국제 유가가 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급등했다.

◆물가 불안

지난달 물가는 농축수산물이 1월에 비해 1.6%, 석유류 1.6%, 집세 0.1%, 공공서비스 0.6%, 개인서비스 0.1%가 각각 올랐다.

농축수산물 중 채소는 2.9%, 과실 3.5%, 축산물 1.1%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감자가 16.2%나 올랐고 귤 12.2%, 여행용가방 10.5%, 시금치 10.1%,풋고추 10.0%, 파 8.7%, 닭고기 5.9%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밀과 콩 등 국재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로 빵과 과자는 0.4%, 곡류는 0.7%가 각각 상승했다.

반면 부추(-18.7%), 깻잎(-9.7%), 상추(-8.9%), 오렌지(-8.6%), 버섯(-6.3%) 등은 내림세였다.

주요 도시별 물가상승률은 울산이 1월보다 0.8%가 올라 가장 높았고 광주 0.5%, 서울과 부산 대구 각 0.4%에 이어 인천은 0.3%였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의 연간 억제 목표 3%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통상 연초에는 서비스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오름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그러나 "국제 원자재 중 밀과 콩, 석유 등은 바로 가격에 반영되고 있으나 고철과 비철금속 등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혀 앞으로 물가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국제 유가 상승

국제유가가 미국 가솔린 공급부족 우려에 따라 거의 1년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배럴당 36.86달러에 거래돼 지난 주말에 비해 1.9% 상승했으며 지난해 3월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시장에서도 4월물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33.43달러로 3.4% 상승, 역시 지난해 3월 12일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 연방정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3째주 가솔린 공급량이 4주째 감소했다.

ABN암로의 칼 래리 에너지담당 부사장은 "미국의 자동차연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재고는 낮은 수준"이라며 "현재 유가도 높지만 여름 휴가철이 되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시장 기준으로 배럴당 37달러를 육박하는 고유가의 10% 정도는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자금의 유입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FT는 한 정유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제는 돈이 국제 에너지 선물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실제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 휘발유 선물의 매수 계약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원유 선물 매수 계약 또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뉴욕과 런던 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유 선물의 거래량은 전세계에서 실제로 하루에 소비하는 석유의 양 8000만 배럴보다 훨씬 많은 3억5000만배럴에 이르고 있다.

한편 호주 정부는 국제 유가가 3.4분기에는 수요 감소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의 증산에 따라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2일 예상했다.

호주 정부는 이날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의 올해 연평균 가격은 배럴당 31달러로 지난해의 31.18달러에서 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뉴스팀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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