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총리 “한은총재는 경제장관회의 참석 마세요”

  • 입력 2004년 2월 20일 19시 16분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장관간담회에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부총리는 20일 정부과천청사 재경부 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박승(朴昇) 총재를 대신해 참석한 이성태(李成太) 부총재에게 “통화정책은 독립적으로 수행돼야 하므로 박 총재에게 앞으로 참석하지 않도록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총재는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2004년 동아시아 금융학회 연합 콘퍼런스’에 참석하느라 이 부총리 취임 후 처음 열린 이날 경제장관간담회에 나오지 못했다.

이 부총리의 발언은 앞으로 통화정책에 관해 중앙은행인 한은의 위상을 가급적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그는 간담회 직후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통화 금융정책에 대한 한은과의 협조 채널은 계속 열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 고위 당국자들은 그동안 경기와 관련해 금리의 인상 또는 인하의 필요성을 종종 언급해 한은의 고유 권한인 금리 결정에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은은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이 부총리의 발언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박 총재는 취임 당시 통화정책과 직결되지 않는 사항을 논의하는 정부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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