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6일째 상승… “3重苦 몰라요”…주가 양극화 심화

  • 입력 2004년 2월 12일 18시 37분


주식시장이 ‘고(高)유가, 원화가치 상승, 원자재 파동’ 등 삼중고(三重苦)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런 정도의 악재라면 수출 경쟁력이 나빠질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 수출주의 주가하락 정도는 초보 투자자라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12일 서울 증시는 ‘3고(高)’를 비웃기라도 하듯 6일 연속 상승세를 탔다. 21개월 만에 최고치다. 외국인들은 12일 12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지만 직전 4거래일 동안(6∼11일) 무려 1조원을 웃도는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급등으로 약간의 조정이 있더라도 주가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주가 조정시 ‘저가 매수’를 권유하고 있다.

▽경기관련 악재보다 수급(需給)이 우선=11일 미국 증시는 다우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모두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 중의 하나였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는 발언을 한 게 호재로 작용한 때문.

그는 또 “미국 달러화의 약세는 현재와 같은 경상수지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대통령’이 달러화 약세를 공개적으로 용인한 것.

박윤수 LG투자증권 상무는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비(非) 달러화 자산에 대한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원화가치가 완만하게 상승하면 외국인 입장에선 환차익까지 덤으로 얻는 셈”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연초 이후 한국 증시에서 무려 4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대만(29억달러), 인도(7억7000만달러) 등에 비해서도 훨씬 많다. 대형 글로벌 펀드 외에도 한국물에는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던 중소형 글로벌 펀드와 각종 지역 펀드들이 한국 주식 편입을 앞 다퉈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 증시로 편입될까=한국 증시가 조만간 선진국 증시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5월 정례회의에서 한국을 현재의 ‘이머징마켓지수’에서 ‘선진국지수’ 대상국으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이에 앞서 3월 유럽계 펀드가 벤치마크로 삼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가 한국 증시를 선진국 시장으로 분류하면 MSCI도 한국을 검토대상으로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선진국 시장으로 분류되면 “이론상으로는 최대 50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 양극화 심화=문제는 원자재 파동 등 수출환경이 나빠질 경우 그 피해는 중소기업이 고스란히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연채 한누리증권 이사는 “삼성전자 포스코 등 수출 대기업은 세계 경기회복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기업들”이라며 “고유가, 원화가치 상승 등에 크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전무는 “주요 대기업은 수출단가 인상을 통해 원화 절상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실적의 양극화, 이로 인한 주가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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