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무늬만 M&A'주의보…"추격매수 삼가야"

  • 입력 2004년 2월 3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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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주식시장에 적대적 인수합병(M&A) 열풍이 불면서 해당종목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M&A성 지분매집은 단순한 시세차익을 노린 전문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개인투자자도 M&A 시도=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는 10여건의 크고 작은 M&A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보안 네트워크 장비업체 코스모씨앤티는 재일교포 개인투자자 신기철씨와 기존 최대주주인 쓰리이측이 치열한 지분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이후 신씨측이 코스모씨앤티 지분 370만주(23.12%)를 매입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하자 쓰리이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 40만주를 추가 매입했다. 양측이 우호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조만간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가 M&A를 시도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박주석씨는 회사가 주주가치에 반(反)하는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며 남한제지 지분을 6% 가까이 사들였다. 박씨는 소액주주들과 힘을 합쳐 경영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경영난을 겪어온 컴퓨터 제조업체 현주컴퓨터는 동종(同種)업체인 주연테크가 지분 245만주(11.39%)를 매집하면서 2대 주주로 부상했다. 검색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3SOFT는 휴대전화 제조업체 이스턴텔레콤이 지분 25%를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섬과 동시에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했다.

이 밖에 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장외기업 로시맨은 김진호 전 골드뱅크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아이빌소프트에 대해 총 25%의 우호지분을 확보하면서 경영권을 장악했다. 최근 영국계 연기금 펀드인 헤르메스가 304만주(8.4%)를 사들인 새롬기술도 적대적 M&A설(說)이 나돌고 있다.

▽M&A 대상기업의 철저한 가치분석 필요=전문가들은 최근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M&A 시도가 급증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는 증거”라고 지적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생겨난 코스닥기업들이 3, 4년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자금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M&A설이 나도는 기업들은 지분경쟁 기대감으로 대부분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새롬기술 주가는 올해 초에 비해 60% 가까이 상승했으며 코스모씨앤티의 경우 250% 넘게 올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M&A 종목에 대한 추격매수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지분매집 대상 기업들은 내재가치가 높지 못하고 이미 상당기간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기업들로 M&A 이후 경영정상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시장에는 M&A 과정에 개입해서 주가를 끌어올려 시세차익을 올린 후 곧바로 팔아버리는 전문 ‘머니게임’ 세력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A 종목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대상 기업의 내재가치와 M&A 과정이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됐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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