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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28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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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최근 외부 접촉이 잦은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접대실명제에 대한 특별교육을 실시했다. 또 50만원 초과가 예상되면 ‘선(先)보고-후(後)접대’를 의무화했다.
LG건설은 아예 사내 전산시스템을 수정했다. 50만원을 초과할 경우 접대 상대를 입력하지 않으면 결재를 올릴 수 없도록 한 것. LG건설 유영선 과장은 “접대 상대방을 일일이 기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어서 가급적 접대를 자제하자는 게 요즘 회사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골프접대 등 50만원 이상일 경우 접대 대상자 이름을 기록하고 있다.
접대실명제가 실시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요즘 기업들의 접대비 지출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기업체 관계자들의 전언. 모 건설회사 경리담당 임원은 “올해 접대비로 책정된 예산을 어떤 용도로 사용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접대실명제가 취지대로 시행된다면 ‘접대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기업 비용의 낭비가 없어지고 거래관행도 투명해지는 가하면 경제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접대=그러나 막상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접대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대한상공회의소 박형서 경제조사팀장은 “접대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순기능이 있으며 이를 지나치게 규제하면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투명화가 대세이기는 하지만 사회 전체의 변화속도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접대실명제가 실시되면서 갖가지 편법도 속출하고 있다. 벌써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는 50만원 미만으로 영수증 쪼개기, 접대 상대방 허위기록, 몇 차례 나눠서 술값을 받아주는 ‘장기 할부서비스’ 등 편법이 등장했다.
A건설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하도급업체나 협력업체 사원의 명의를 빌려 진짜 접대 상대는 노출시키지 않는 방식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손을 놓고 있으면 다른 회사가 접대를 통해 계약을 따낼 수 있는 건설업계의 속성상 접대는 필요악”이라며 “법인카드 사용이 여의치 않다면 현금을 만들기 위해 이중장부를 고려 중인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한계가 많은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만으로는 접대문화가 바뀌기 힘들 것”이라며 “제도가 잘못 운용되면 오히려 편법만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접대’의 등장=접대실명제의 영향이 커지면 접대문화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5일부터 뮤지컬 ‘맘마미아’를 공연 중인 예술의전당에는 기업들의 관람권 단체 구입이 부쩍 많아졌다. 한 대기업은 한 장에 13만원 하는 VIP석을 300장 사갔다. 금융회사들의 단체 구입도 이어지고 있다. 한꺼번에 40∼50장씩 구입해 가는 중소기업도 늘었다.
이처럼 ‘전통적인 접대’ 대신 고가의 공연티켓을 선물하는 ‘문화접대’가 서서히 늘고 있는 것. 기업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에도 이달 들어 하루 평균 4, 5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느긋한 외국계 기업=접대에 비상이 걸린 국내 기업과는 달리 외국계 기업은 대체로 느긋한 표정이다. 일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 기업은 대체로 한국식 접대와는 거리를 두어왔기 때문. 외국계 기업은 접대 상대방을 문화공연이나 해외세미나 등에 초대하는 식으로 접대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권찬 부장은 “현지 문화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접대를 할 때 대체로 본사 원칙에 따르고 있다”며 “그동안 술 접대는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접대실명제 실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갖가지 편법 사례 ◀
① 50만원 미만으로 영수증 쪼개기
②접대 상대방 허위 기록
③술값 '장기 할부서비스'
④이중장부로 현금 마련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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