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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25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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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지분 지속적 증가=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19일까지 한국 증시에서 3조690억원을 순매수했다. 종합주가지수를 860대까지 끌어올린 ‘주역’도 이들이었다.
외국인들은 지난해에도 13조7688억원을 순매수했다. 1992년 증시 개방 이후 연간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증권거래소 시가총액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월 말 처음으로 40%를 넘어섰으며 이달 19일에는 41.6%까지 상승했다.
상당수의 증권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경기회복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고 우리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어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화되는 외화내빈(外華內貧)=외국인들이 평가차익과 배당금 등으로 큰 이익을 거두고 있는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구경만 하는 외화내빈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거래소 주식 시가총액은 142조4773억원으로, 1년 전 93조1607억원보다 49조3166억원 늘어났다. 시가총액 증가분은 순매수 규모를 크게 웃돈다.
이처럼 외국인 보유 주식의 가치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국내 증시 상승세 속에서 특히 외국인이 사들인 종목들의 상승폭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은 높은 지분을 통해 막대한 배당금까지 챙기고 있다.
부산은행의 재무담당임원은 지난해 말 기업설명회에서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지분이 높은 한 상장기업의 IR 담당 임원은 “지난해 말부터 배당에 대한 외국인 주주들의 전화 또는 e메일 문의가 늘고 있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기관투자가 육성 시급=증권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지금은 매수세가 허약한 국내 증시 기반을 떠받치는 우호세력이지만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 부장은 “외국인 증시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의 성장보다는 단기 차익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예를 들어 이익을 미래 투자재원으로 활용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들의 고(高)배당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성장 잠재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지배에 대해 “집에서 호랑이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셈”이라며 “외국인 투자는 회계 투명성, 주주 중시 등 좋은 점도 있지만 국내 투자환경이 나빠지면 언제 빠져나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항세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함께 들어왔다가 함께 나가는 성향이 강하다”며 “외국인들이 떼를 지어 한국을 떠날 때 이들이 파는 물량을 흡수할 수 있는 기관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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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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