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5인 공동경영'…손회장 구속따라 비상체제로

  • 입력 2004년 1월 11일 17시 37분


SK그룹이 손길승(孫吉丞) 회장 구속 이후 비상경영 체제로 접어들었다.

SK그룹은 11일 사장단 회의인 수펙스(SUPEX) 추구협의회를 열고, 손 회장을 대신해 경영 의사결정을 담당할 최고 기구로 ‘SK경영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최태원(崔泰源) SK㈜ 회장과 조정남(趙政男) SK텔레콤 부회장, 황두열(黃斗烈) SK㈜ 부회장, 김창근(金昌根) SK㈜ 사장, 표문수(表文洙) SK텔레콤 사장 등 5명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손 회장이 수펙스 의장을 맡으며 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을 맡았으나 이제부터는 5인 공동지배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SK의 이번 경영제체는 그룹의 실질적 오너인 최 회장이 곧바로 그룹 회장직을 승계하지 않고 주력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으로 경영협의체를 구성한 것이 주목된다. 이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파트너십 체제’에서 한 축이 무너졌지만 최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에는 아직 부담스럽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영협의회의 구성을 보면 앞으로 최 회장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황, 조 부회장은 원로급 인사로 그동안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는 많이 참여하지 않아 왔다. 김 사장은 대선 비자금 수사 이후 활동을 자제해 왔으며 표 사장은 최 회장과 고종간이다.

즉 경영협의회는 상징적인 수준에서 SK그룹을 대표하고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 일가와 신진 세대 임원들의 몫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SK네트웍스 분식회계와 SK해운 비자금 사건이 마무리되고 최 회장의 이미지가 개선되는 시점에 최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지난해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면서 자회사 관리업무를 SK㈜ 내 투자관리실로 편입했다.

최 회장이 자연스럽게 SK그룹의 구심점을 형성하면 SK㈜가 계열사의 사업구조조정과 자금배분 등 핵심 역할을 맡으며 최 회장을 보좌할 전망이다

아울러 손 회장 구속을 계기로 고(故) 최종현(崔鍾賢) 회장과 함께 SK그룹을 키워 온 1세대 공신들은 자연스럽게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종현 회장의 ‘왼팔’로 불렸던 김항덕(金恒德) SK㈜ 상임고문(회장급)은 이미 지난해 말 스스로 사퇴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손 회장이 구속 수감되기 직전인 9일 오후 주요 임원들과 함께 손 회장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을 방문해 가족을 위로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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