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누구인가]30년 '성공신화' 불명예로 마감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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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승 SK그룹 회장이 9일 오후 서울지법에서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다. 김동주기자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9일 오후 서울지법에서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다. 김동주기자
정상에 오르기까지 30여년이 걸렸지만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경영계에서는 9일 손길승 회장의 구속을 ‘성공 신화(神話)를 이룬 전문경영인의 불명예제대’로 받아들인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ROTC로 군 생활을 마친 손 회장은 1965년 당시 중소기업이던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에 입사했다. 이후 손 회장은 선경이 재계 3위의 재벌로 성장하는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특히 1978년 선경그룹 경영기획실장에 취임한 이후 고 최종현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하면서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 계열화’ ‘정보통신산업 진출’ 등을 이루며 고속성장을 진두지휘했다.

또 최 회장이 작고한 1998년 이후에는 그룹 회장을 맡아 ‘전문경영인과 오너의 파트너십’이라는 독특한 경영 형태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손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다룰 수 있었던 것도 오너로부터 신임을 받았던 ‘오너급 전문경영인’이었기 때문으로 재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2003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해 ‘손길승 신화’의 정점에 올라서면서 월급쟁이 회사원의 꿈이 됐다.

그러나 그곳에 오르자마자 수직 낙하가 시작됐다. 정경유착이라는 과거 유산이 그를 일순간에 범죄자로 만든 것.

재계에서는 손 회장의 개인적 잘못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속죄양’으로 보는 동정론이 우세하다. 분식회계와 불법 정치자금은 나쁜 관행이었지만 개발세대를 겪은 기업인으로서는 피해갈 수 없었다는 것.

하지만 일부에서는 “손 회장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한다. 비자금의 행방이 밝혀져야 하며, 만에 하나 개인적인 용도로 쓰인 흔적이 있다면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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