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광우병 비상’…국내 쇠고기 재고 美産 빼면 2개월치뿐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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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홀스타인종 젖소에서 광우병(狂牛病)이 발생한 것으로 사실상 확인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상당기간 중단되는 등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젖소가 발견된 24일(한국시간)부터 ‘통관 보류’ 형태로 수입이 일단 중단됐으나 ‘광우병 발병’이 공식 발표되는 순간 바로 공식적으로 수입전면중단 조치가 내려진다.

이에 따라 쇠고기 수급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일부 ‘악덕 유통업체’들이 시중에 유통 중인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韓牛)나 호주산 쇠고기 등으로 둔갑시켜 판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쇠고기 수급 문제없나=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중단되더라도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 여파로 내년도 국내 쇠고기 수요를 올해보다 4.8% 줄어든 37만6000t 정도로 예상하기 때문. 여기에다 현재 국내 쇠고기 재고물량이 10만5000t으로 4개월 정도는 국내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매년 쇠고기 83만t을 수출하는 미국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60만t, 캐나다에서 40만t 등 연간 100만t의 쇠고기를 수입하는 만큼 미국의 수출이 중단되면 그 물량을 내수용으로 돌릴 것이라고 농림부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호주 및 뉴질랜드 물량을 한국에서 수입하면 수급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축산업계는 다른 입장이다. 우선 국내 재고 물량 중 절반가량이 미국산인 만큼 재고 여유가 2개월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국산을 찾는 수요가 없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

또 미국이 수출물량을 내수용으로 돌리면서 호주와 뉴질랜드의 대미(對美) 수출 물량 중 일부를 한국이 공급받으면 된다는 설명에 대해서는 “미국 내 소비자 심리를 모르고 한 얘기”라며 반박한다. 자국산 쇠고기에 불안해 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오히려 수입 쇠고기를 선호해 미국의 수입 물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

▽비상 걸린 육류 관련 업계=할인점 1위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휴일인 25일 수입 쇠고기 매출이 40% 가까이 감소했다. 남보다 빨리 24일중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중단했으나 쇠고기 전체에 대한 불신감이 퍼지면서 한우 고기도 15%가량 매출이 줄었다.

할인점 롯데마트는 판매를 중단한 미국산 쇠고기 60t의 처리 문제를 고심 중이다. 급한 대로 호주산 쇠고기를 50t가량 확보했지만 20일 정도 분량밖에 되지 않아 설 정육선물세트 제작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

롯데마트 쇠고기 담당 바이어 이관이 과장은 “호주산 쇠고기 공급량이 적어 추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입업체들이 호주 현지 시세가 2배 정도로 올랐다고 해 새해 가격 폭등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수입업체와 소형 정육점 가운데 일부는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매월 1000t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는 H수입업체는 미국산 쇠고기의 통관이 중지된 데다 유통업체 등에 공급한 미국산 쇠고기의 반품 요청까지 들어와 울상을 짓는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 K정육점의 이영란씨(48)는 “수입 쇠고기는 물론 한우를 사려는 손님까지 줄어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26일부터는 손님이 아예 없어 영세한 정육점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역 관행이 바뀔 가능성도=교역 전문가들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매년 쇠고기를 83만t가량 수출하는 자국 축산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광우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특정위험물질(SRM) 부위를 제외한 살코기 등에 대해서는 교역이 가능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일본 주재 미국 대사관은 25일 “미국이 일본에 수출하는 모든 쇠고기 제품은 안전하다”며 일본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창섭(金昌燮)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수입 금지 조치를 풀어줄 것을 요청받은 것은 아직 없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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