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랜서’ 시대가 왔다…자유직 IT전문가들 맹활약

  • 입력 2003년 12월 23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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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서(e-lancer)를 아시나요.’ 조성인씨(31)는 정보기술(IT) 전문가로 불리지만 직장이 없다. 그는 인터넷에서 기업의 프로젝트 공개입찰에 참여해 일감을 따낸다. 고객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회의하는 것 외에는 대부분의 작업을 집에서 한다. 그의 일은 기존 인터넷 홈페이지를 외국어 버전으로 바꾸는 간단한 작업에서부터 플래시 게임개발과 기업간(B2B) 사이트 개발 등 고난도 작업까지 다양하다. 프로젝트 한 건에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그는 올 상반기에만 10개의 프로젝트를 완수해 1억6000만원을 벌었다.》

▽이랜서가 뜬다=이랜서는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와 프리랜서(freelancer)의 합성어. 그동안 자유롭게 활동하던 프리랜서들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모인 것이다.

국내 이랜서 시장의 선두주자인 이랜서코리아(www.elancer.co.kr)는 현재 33만명의 이랜서와 1만7000여개의 기업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프로젝트 매출액은 2000년 7억원에서 2003년 1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랜서코리아 박우진 사장은 “각 분야의 전문가그룹과 기업의 아웃소싱 업무를 인터넷에서 연결시켜 주고 있다”며 “활발한 이랜서들의 연간 수입은 2억∼3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랜서가 뜨는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하청-재하청-재재하청 등 중간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 비용을 줄이고 프리랜서는 수주금액이 올라가는 윈윈(win-win)게임이 가능해진다. 또 프리랜서 개개인의 영업력 부족을 인터넷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국경이 없다=홍콩의 A기업은 온라인 판매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쇼핑몰 웹사이트를 제작했으나 기술력이 부족해 중도에 포기했다. 이 회사는 벤치마킹을 위해 아시아 각국의 쇼핑몰 웹사이트를 뒤져봤으며 한국기업의 한 웹사이트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의 제작자를 찾기로 하고 이랜서홍콩(www.elancer.com.hk)에 입찰을 의뢰했으며 의뢰서는 곧바로 한글로 번역돼 이랜서코리아에 등록됐다.

한국의 IT 전문가들이 6개 팀을 이뤄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해 i-free 팀이 선정됐다.

이랜서에게는 국경이 없다. 통신기술과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한국의 이랜서가 홍콩과 일본에서 발주하는 프로젝트를 해내고 인도의 우수 IT 인력이 한국 기업의 일을 해내고 있다.

▽넓어지는 사업영역=이랜서는 주로 IT 관련 홈페이지 제작, 프로그램 및 솔루션 개발, 통역 및 번역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홍보 및 마케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랜서코리아의 제휴사인 미국의 이랜서닷컴(www.elancer.com)의 프로젝트 매출액은 연간 3억달러를 넘어섰으며 고객도 제너럴일렉트릭(GE), 페덱스(FedEx), 모토로라 등 대기업이 많다.

미국 MIT 경영대학원의 토머스 말론 교수는 이미 1998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기고문에서 ‘21세기는 이랜서 경제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본사 직원의 일은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와 그 작업을 수행할 외부인력이 어디 있는지’를 찾는 것으로 바뀐다고 내다본 것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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