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투자 '방화벽' 필요"…투자公 설립 계기 운용방식 관심

입력 2003-12-17 17:43수정 2009-10-0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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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발표한 가칭 ‘한국투자공사(KIC)’의 설립과 관련해 KIC의 재원이 될 외환보유액의 적정한 규모와 운용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 여유분에서 일정액을 떼어 KIC에 투자하더라도 정치권의 입김이나 운용규모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화벽(防火壁·Fire Wall)’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적정 외환보유액은 얼마인가=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적정 외환보유액의 규모에 대해 의견이 다르다.

재경부는 최근 “적정 외환보유액은 1211억달러이며 이 수준을 넘는 것은 수익성 높은 자산에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재욱(李載旭) 한은 부총재보는 “외환보유액 적정수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으며 남북통일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국제적으로 통용된 ‘적정 외환보유액’의 기준은 ‘각 국가의 3개월 수입액’.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2001년 2월에 신흥 시장국의 경우 최소한 잔여만기 1년 이내 대외 단기채무만큼 외환을 보유해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또 유사시 증시 등에서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는 액수 등을 고려해 추가로 외환을 더 보유할 것을 권고한다.

한국의 대외 단기채무액은 6월 말 현재 613억달러이며 국내 증시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본은 1103억달러. 외환위기 때도 증시자금이 20% 이상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0억달러 이상이면 대외지급 준비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유외환의 수익성 위주 투자 타당한가=한은은 외환보유액 일부를 수익성 위주로 투자하는 것은 ‘전세금 빼서 주식 투자하기’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특히 1980년대에 당시 재무부 주장에 떠밀려 외환보유액 300억달러가량을 국책, 시중은행에 장기 예탁했다가 97년에 꺼내 쓸 수 없어 외환위기를 맞았던 점을 떠올린다.

변재영(卞在英) 한은 국제기획팀장은 “외환보유액은 한은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부채를 지면서 만든 자산이며 투자해야 할 ‘잉여자산’이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중경(崔重卿)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외환을 해외에 투자하면 한은이 모든 외환을 보유하는 것보다 ‘위험분산(리스크 헤징)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최종적인 외환보유액 운용 지시권한은 재경부 장관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장영(李長榮) 선임연구위원은 “KIC에 대한 우려의 핵심은 장차 정치권의 압력 등으로 당초 의도와 다른 곳에 투자되거나 외환보유액을 계속 잠식하는 것”이라며 “초기에 외환보유액 일부를 투자하되 그 이상의 투자는 차단해야 하며 외압 등에서 완전히 독립된 운영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보유액 어떻게 운용되나=12월 15일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530억달러로 11월 말(1503억달러)에 비해 보름 만에 27억달러가 늘었다.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늘고 주식시장에도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달러화 유로화 엔화로 각각 7 대 2 대 1의 비율로 보유하고 있다. 또 외환보유액 가운데 84%인 1269억달러는 명목상 ‘한은 소유’로 돼 있으며 나머지 16%인 234억달러는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으로 위탁한 것이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95% 이상을 미국 재무부 채권 등 주요 국가의 국채나 정부 보증채에 투자하고 있다. 이자는 연 1∼4% 정도로 낮지만 안전하고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다.

최근 한은은 “한은의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률은 1998∼2002년 중 국제 투자은행들의 기준 투자수익률(6.14%)을 웃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경부는 “한은이 말하는 수익률은 미(未)실현 평가이익을 포함한 것으로 이를 빼면 실제 수익률은 4% 수준이며 특히 2000년 이전의 수익률은 1∼2%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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