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학생 채용해줘요”경원대 총학생회 기업체에 '편지’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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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Buy) 경원대.’

경원대(경기 성남시) 총학생회가 수도권의 유망기업 300여곳에 자교 출신의 학생들을 채용해 달라고 호소하는 이색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대학의 2004학년도 총학생회장 및 부회장으로 당선된 김도형(24) 장성석씨(23)는 10일 수도권의 상장기업 및 코스닥 등록기업 300여곳에 A4용지 두 장 분량의 편지를 보냈다.

이들은 편지에서 “우리 학교는 그동안 한총련 소속의 운동권 성향이 강한 대표적 학교였으나 이제 달라질 것”이라며 “앞으로 학교에서 열릴 채용설명회에 많은 기업이 참여해 우리 학교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전두환 정부 시절 등 한때 운동권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때도 있었으나 이제는 가치관이나 운동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며 “우리는 운동의 방향을 대학다운 학문의 능력, 사회가 요구하는 실용학문을 배양하는 것으로 바꾸려 한다”고 소개했다.

총학생회는 앞으로 기업체를 초청해 수시로 채용설명회를 여는 한편 기업체를 방문해 경원대를 직접 홍보할 계획이다.

지난달 실시된 총학생회 선거에서 한총련 계열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이들은 선거운동기간 홍보 팸플릿에 중요 부위만을 가린 나체사진을 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선정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공약을 실천할 때마다 하나씩 옷을 입는다는 자세로 학생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혀 호응을 얻었다.

총학생회가 앞장서 취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자 학교측도 취업지원센터를 취업지원실로 바꾸고 이길여(李吉女) 총장이 직접 기업체를 상대로 채용 홍보에 나서기로 하는 등 지원하기로 했다.

이성훈(李星勳·실내건축학과 교수) 취업지원실장은 “학교측도 학생들과 한마음 한뜻이 돼 한명의 학생이라도 더 취업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방침”이라며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세계백화점 이달수 홍보과장(37)은 “운동권의 대명사격이던 총학생회가 취업을 위해 직접 나섰다고 하니 바람직한 변화로 느껴진다”며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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