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사태 '후폭풍']채권규모 3조5000억…환매사태 없다

  • 입력 2003년 11월 24일 17시 53분


은행권이 2조원의 신규자금 지원 등 LG카드를 지원키로 확정한 데 이어 투신 보험 등 제2금융권도 LG카드에 대한 지원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투신사들은 LG카드채에 대한 만기연장 등 구체적인 지원책을 선뜻 내놓는 데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투신권은 무엇보다 은행권의 2조원 지원으로 LG카드가 확실히 경영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LG카드 채권에 대해 일부 만기연장을 해줬다가 끝내 돈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

한 투신사 관계자는 “은행권 지원 방안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LG카드가 한숨 돌릴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것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며 “내년에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신권은 이번 LG카드 사태가 올 3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태로 촉발된 카드채 위기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우선 모든 카드사 채권에 대해 환매사태가 벌어졌던 3월에 투신권이 보유한 카드채 규모는 25조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 투신권이 보유한 LG카드 채권규모는 3조5000억원에 그쳐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또 최근 투신권의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돈이 빠져 나가면서 MMF에 편입된 LG카드 채권이 거의 없어 MMF 환매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투신권의 MMF 수탁액은 20일 현재 41조7000억여원으로 지난달 말(49조8230억원)에 비해 8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LG카드채와 관련해 투신권에 노출돼 있는 위험은 크지 않다”며 “다만 은행권만 고통을 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투신권에서 LG카드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신권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LG카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카드채가 아닌 다른 채권이 편입된 펀드에 대해 환매를 요청하는 것. 아직까지는 이런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LG카드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될 경우 시장의 특성상 투자자들은 언제든 동요할 수 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어차피 LG카드 채권은 거래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환매요청을 해도 돌려받을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투자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펀드에 LG카드 채권이 얼마나 편입돼 있는지 확인하고 펀드운용사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