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구를 위한 ‘특검 대치’인가

  • 입력 2003년 11월 23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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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안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여야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 재의(再議)를 추진하지 않고 대통령과의 전면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 대통령이 특검법안을 수용하는 것이 순리라고 지적했다. 경위야 어떻든 국회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절대 다수로 법안을 통과시킨 이상 거부할 명분이 약한 데다가, 대통령이 재신임을 물을 정도의 측근비리라면 특검에 맡기는 편이 수사의 공정성 시비를 줄여 오히려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행여 거부권을 행사할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재고하기 바란다.

한나라당의 대응도 정도(正道)라고 보기는 어렵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즉각 본회의를 열어 재의에 부치겠다’고 해 놓고 이제 와선 재의조차 안 하겠다고 하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통령에게는 국회의 뜻을 존중하라고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헌법에 규정된 재의 절차마저 외면하고 장외로 뛰쳐나간다면 그것은 자기모순이고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이러니 바뀐 입장을 놓고 온갖 얘기들이 나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만약 신행정수도건설특위 구성안 부결에 따른 당내 충청권 의원들과 자민련의 반발, 민주당의 특검 반대기류 때문에 재의를 포기하는 것이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 정도로 자신 없는 특검법안이었다면 애당초 꺼내지 않는 편이 옳았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당당히 재의에 부쳐야 한다. 그래서 재의결되면 특검을 하는 것이고 안 되면 못하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은 산적한 국정 현안과 민생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이라크 파병, 부안 사태 등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지 않은가. 당장 내년 예산안 처리가 걱정이다. 국민을 더 불안에 떨게 해서는 안 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특검 싸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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