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대책 이후 표정]거래 "뚝"…중개업소엔 상담 전화만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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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10시경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종합상가 내 H부동산의 전화통에 불이 났다.

대표 강희권씨(61)는 “어제 오늘 100통이 넘게 걸려와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가 ‘팔아야 되는 거냐’, ‘17평형 양도소득세가 얼마 정도 나오겠느냐’는 등 이번 부동산대책의 내용과 집값 전망을 묻는 전화다. 20년 넘게 한 자리에서 가게를 하다 보니 고객이 많고, 그래서 대책이 나올 때마다 전화 상담에 목이 쉴 정도란다.

“문제는 호가가 내리거나,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문의만 할 뿐입니다. 9·5대책 이후 2건밖에 (거래 중개를) 못 했어요.”

강 대표와 함께 일하는 그의 형수는 “5년 전 1단지 내에 한 채를 사들인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아주머니 한 분이 ‘1가구 2주택인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거의 매일 전화를 한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러나 이곳처럼 모든 부동산 중개업소가 전화를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주공3단지 상가. ○○공인, △△부동산, ▽▽공인중개사…, 나지막한 외벽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소 간판들이 빼곡히 걸려있었다.

“분위기요? 한 달이 넘게 적막강산입니다.”

A중개업소 대표 B씨(47)는 ‘10·29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된 전날 이후 걸려온 전화가 3통뿐이었다고 말했다.

“단지 규모는 1160가구인데 중개업소가 12개이니…. 심각하게 전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종합상가 내 E공인 박호규 대표는 “평균 호가보다 7000만원이나 싼 6억3000만원짜리 31평 ‘급급매물’(1층 동향)이 나온 지 1주일이 넘었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귀띔했다. 적정가격이 어떤 수준인지 몰라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눈치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강동구 고덕주공 등 일부 단지에서는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곳 3단지에 있는 S부동산 조재순 대표는 30일 아파트 3채를 갖고 있는 고객 2명이 진지한 상담을 해왔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에 사는 한 여성이 “2, 3단지의 2채 중 1채는 팔고 싶다. 시세의 10%가량은 호가를 내려도 좋다”고 통보해와 ‘양도세를 알아보고 세금이 적은 것을 찍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자신과 부인, 자녀 앞으로 1채씩을 갖고 있는 또 다른 고객은 1가구 3주택 적용이 되는지 여부를 물어왔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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