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빚감면 제각각…산은 "33% 탕감" vs 자산公 "70%"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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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多重)채무 신용불량자 80만명의 빚 5조2000억원에 대해 원리금 일부가 감면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원리금 감면 폭이 최고 33% 수준인 데 비해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최근 100만여명의 신용불량자에게 원리금을 최고 70%까지 감면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어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19일 LG투자증권과 공동으로 참여기관 10곳과 협의해 2개 이상의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 가운데 연체액 3000만원 이하, 연체기간 48개월 미만인 80만명에 대해 5조2000억원의 채무를 공동 추심(推尋)하고 채무 재조정을 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중복 계산됐던 채무가 제외되면서 당초 예정했던 것(다중채무자 100만명, 채무 규모 6조∼7조원)보다 대상자와 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다중채무자의 대출채권을 근거로 이달 말 신설되는 자산유동화회사(SPC)를 통해 29, 30일경 1조5000억원(선순위 4000억원, 후순위 1조10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할 예정이다. 또 자산관리회사(AMC)로 지정된 한국신용평가정보는 11월부터 올해 말까지 대상자에 대한 채권 추심과 채무 재조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채무자에 대한 상환기간 연장과 감면 이자율은 신용회복지원위원회 기준인 최대 8년, 연 6% 정도이며 최고 감면 폭은 원리금의 33%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번에 참여한 금융기관은 국민(국민카드 포함) 우리 하나 조흥 기업은행 등 5개 은행과 LG 삼성 외환 신한 현대카드 등 5개 카드사다.

그러나 최근 KAMCO가 신용불량자 96만여명에 대해 채무 원리금을 최고 70%까지 탕감해주고 상환기간도 5년에서 8년으로 연장해 주겠다고 밝힘에 따라 산은 쪽의 신용불량자들이 크게 반발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에서 연체기간 1년이 넘은 부실채권을 15∼20%의 헐값에 사들인 KAMCO가 원리금을 70%나 깎아주겠다고 밝혀 다중채무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어졌다”면서 “원리금을 대폭 감면받기 위해 채무자들이 KAMCO로 채무가 넘어갈 때까지 돈을 갚지 않고 기다리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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