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검찰, 최도술 수사싸고 미묘한 기류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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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20년 집사인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SK 비자금 수수혐의를 받고 검찰에 소환된 데 대해 "검찰이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거듭 피력했다.

그러나 검찰수사를 계기로 청와대와 최 전비서관 간의 관계에 다소 미묘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청와대 측은 최씨가 SK측으로부터 11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최씨가 일정부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하며 검찰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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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위 관계자는 "최 전비서관이 SK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최씨는 부산지역 은행 간부 출신인 이모씨가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100% 진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최씨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 대통령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씨가 예전의 청와대를 생각하면서 '이것 하나 (청와대가) 덮어주지 못하느냐'며 섭섭한 감정을 가질지 모르지만 청와대로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최씨와 이씨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핑퐁게임'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쨌든 검찰에서 건드리면 청와대로서는 간여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측은 정대철(鄭大哲) 전 민주당 대표도 검찰수사와 관련해 청와대에 섭섭한 심정을 토로했던 전례를 거론하면서 청와대가 어떤 역할도 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씨 사건이 노 대통령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386 핵심 참모는 "부산에서 돈을 별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 빚을 두고두고 갚을 만큼의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실수를 했다면 본인이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개인비리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청와대측은 SK비자금이 노 대통령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공세"라 고 일축했다.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은 강금실(康錦實)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이 문제를 보고받았을 당시에 '원칙대로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원칙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에서 최씨를 소환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부산 정치개혁추진위원회의 한 인사는 "최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며 제3자에 의한 '배달사고'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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