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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9월 18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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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지난해 A사에서 900만원을 빌렸다. 연 66%에 이르는 이자는 꼬박꼬박 갚아왔지만 올 7월 만기 때 결국 원금을 갚지 못했다.
정씨는 “대부업체 사람들이 집과 가게로 자주 찾아와 아내와 딸을 처가에 보냈는데 얼마 전 그 사람들이 그곳까지 찾아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대부업계에 대한 현장 실사(實査)에 들어갔지만 대부분의 대부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채무자에 대한 빚 독촉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17일부터 23일까지 주요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법정 이자율(연 66%) 이상의 고리 대출이나 불법 채권추심 행위 등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1차로 그랜드캐피탈, 중앙캐피탈, 베스트크레딧, 산와, 해피레이디, 파트너 크레딧 등 6개 업체에 2, 3명의 직원을 파견해 5일간의 현장 실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검사 요청을 받은 전국 100여개 대부업체로 실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부업체들은 빚 독촉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금감원 실사’라는 외풍(外風)에도 불구하고 대부업계가 채무자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대부업체도 사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무작정 비난하기도 쉽지 않다.
사업 확장을 위해 상호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 쓴 대부업체들은 최근 저축은행에서 대출회수 압력을 거세게 받고 있다.
올해 저축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BIS) 기준이 4%에서 5%로 올라갔고 연체율 증가로 저축은행마다 경영난에 비상이 걸렸다.
대부업체 B사 K사장은 “이달 초 다른 부분의 경비를 줄이면서 채권추심 업무자를 더 뽑았다”며 “금감원의 실사에 걸리지 않을까 두렵지만 우리도 빚 독촉을 하지 않으면 쓰러질 처지”라고 털어놓았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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