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개미들 "우리도 물만 먹고 산다"

  • 입력 2003년 9월 17일 1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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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민만 물 먹냐, 우리도 물만 먹고 산다."(한화증권 경기광주지점 고객 K모씨)

"요즘 장은 계륵(鷄肋)과 같다. 올라 타자니 두렵고, 놔두자니 손해보는 것 같고…."(대신증권 방배동지점 고객 L모씨)

개인투자자들은 이래저래 답답하다. 그들은 최근 상승장에서 줄곧 팔기만 했다. 원금을 회복하는 언저리까지 주가가 올라오자 매도주문을 내고 장에서 일단 발을 뺏으나 문제는 그 이후부터. 떨어질 것만 같던 주가는 꺾일 줄 모르고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싫다 싫어 외국인들"

객장에서 만난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들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LG증권 관악지점의 40대 남성고객 P씨는 "요즘 장에서 득세하는 외국인들은 치고 빠지는데 능수능란하다. 지금 들어갔다간 외국인들에게 휘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침체 등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주가가 오를 이유가 별로 없는데도 외국인들이 사는 것을 보면 "외국인들의 질이 썩 좋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증권사 방배동지점의 50대 여성고객은 "한국 증시는 이미 '외국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은 외국인들의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계륵같은 시장

대신증권 울산지점의 한 고객은 "별로 수익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지수만 올라가 상대적 빈곤감을 넘어 피해의식 마저 느껴진다. 솔직히 뇌동매매의 유혹을 벗어나려고 허벅지를 꼬집는 심정으로 참고 있다"고 털어놨다.

상승장에서 밀려난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털어놓는 심정은 이 고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우증권 서초동지점에서 거래하는 50대중반의 C고객은 "매매를 안할 수도 없고, 하자니 물릴 것 같고 요즘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어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코스닥 중소형주를 사서 시세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바이 앤드 홀드전략을 선호한다. 솔직히 '대박심리'가 강하다. 대형주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공감하지만 이미 너무 오른 상태라 추격매수하기엔 부담스럽다. 마음만 답답할 뿐이다."(삼성증권 일산지점 50대 중반의 여성고객)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추석 연휴 이후 개인들의 매매패턴에도 미미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줄곧 매도에 치중하던 개인들이 15~17일 3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한 것.

대신증권 둔산지점 고객 P씨는 "최근 대형주 위주의 매매를 통해 시장 수익율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하는 등 악재가 남아있긴 하지만 대형주의 추세를 볼 때 추가상승이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SK증권 박용선 종로지점장은 "연휴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약해진 가운데 개인들이 조정받는 종목 중심으로 저가 매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내수경기가 회복하기 전까진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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