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자리를 일어서려는 순간 대출 담당 직원이 갑자기 정씨를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쉬랑스 전용 창구로 안내했다.
정씨는 “대출은 해 줄 테니 보험 하나 들라”는 보험 담당 직원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손해 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말았다.
“과거에는 대출을 해주면서 소위 ‘꺾기’라는 예금을 가입하도록 강요했는데 요즘은 보험에 가입하라고 하더군요.” 정씨는 이 얘기를 전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중견업체 자금담당 임원인 김씨(45)도 최근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대출 상담을 위해 거래 은행 담당 직원과 통화를 하다가 “대출은 걱정 말고 연금보험 안 든 임원들이 있으면 보험을 들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들어야 했다.
이달 초 시행에 들어간 방카쉬랑스가 은행의 보험 상품 강매 등 불법 영업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이병호 금융감독원 조직영업감독팀장은 16일 “방카쉬랑스 시행 이후 대출을 해주면서 보험을 끼워 파는 행태에 대한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일정 기간 실태를 파악한 뒤 보험검사국에서 해당 금융기관에 검사를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불법 영업 중 대표적인 것은 대출을 해주면서 담보물건에 대해 재물보험 등을 강요하는 행태다. 담보물건의 화재보험을 배상책임보험과 상해보험 등을 묶은 패키지보험으로 바꾸도록 해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은행들이 과당경쟁으로 지점마다 보험판매액 할당량을 지정하다보니 일부 지점에서는 법으로 허용된 보험판매 인력 2명 외의 직원들까지 보험판매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된 보험업법은 은행이 대출을 빌미로 보험판매를 강요하거나 2명 이상의 판매 인력을 둘 경우 불법영업으로 간주해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패키지 보험의 경우 합법적으로 판매가 가능하며 대출을 해주면서 담보 물건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해명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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