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해드릴테니 보험하나 드시죠" 방카쉬랑스 '신종 꺾기'

  • 입력 2003년 9월 16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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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금 대출을 위해 최근 주거래은행을 직접 찾은 중소기업체 대표 정모씨(48).

“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자리를 일어서려는 순간 대출 담당 직원이 갑자기 정씨를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쉬랑스 전용 창구로 안내했다.

정씨는 “대출은 해 줄 테니 보험 하나 들라”는 보험 담당 직원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손해 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말았다.

“과거에는 대출을 해주면서 소위 ‘꺾기’라는 예금을 가입하도록 강요했는데 요즘은 보험에 가입하라고 하더군요.” 정씨는 이 얘기를 전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중견업체 자금담당 임원인 김씨(45)도 최근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대출 상담을 위해 거래 은행 담당 직원과 통화를 하다가 “대출은 걱정 말고 연금보험 안 든 임원들이 있으면 보험을 들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들어야 했다.

이달 초 시행에 들어간 방카쉬랑스가 은행의 보험 상품 강매 등 불법 영업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이병호 금융감독원 조직영업감독팀장은 16일 “방카쉬랑스 시행 이후 대출을 해주면서 보험을 끼워 파는 행태에 대한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일정 기간 실태를 파악한 뒤 보험검사국에서 해당 금융기관에 검사를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불법 영업 중 대표적인 것은 대출을 해주면서 담보물건에 대해 재물보험 등을 강요하는 행태다. 담보물건의 화재보험을 배상책임보험과 상해보험 등을 묶은 패키지보험으로 바꾸도록 해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은행들이 과당경쟁으로 지점마다 보험판매액 할당량을 지정하다보니 일부 지점에서는 법으로 허용된 보험판매 인력 2명 외의 직원들까지 보험판매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된 보험업법은 은행이 대출을 빌미로 보험판매를 강요하거나 2명 이상의 판매 인력을 둘 경우 불법영업으로 간주해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패키지 보험의 경우 합법적으로 판매가 가능하며 대출을 해주면서 담보 물건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해명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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