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13P급락 753…외국인 2403억 순매도 증시 '출렁'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21분


코멘트
추석 연휴를 마치고 6일 만에 열린 주식시장이 외국인들의 ‘팔자’ 공세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15일 종합주가지수는 직전 거래일인 9일 종가보다 13.85포인트(1.80%) 급락한 753.61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들은 17일(거래일 기준) 만에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섰다. 지난주 주춤한 미국 증시와 불안한 경제지표들을 감안해도 예상보다 큰 출렁거림이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승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당분간 호재와 악재가 맞물린 조정 양상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냉정하게 돌아선 외국인=증시 급락의 주요 원인은 외국인들이 쏟아놓은 ‘팔자’ 물량 때문. 이날 외국인은 240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하루 순매도 규모가 2000억원대를 넘어선 것은 1월 9일(3365억원 순매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던 삼성전자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5.30% 떨어진 43만7500원에 마감됐다. LG전자, 포스코 등 외국인 매수세가 몰렸던 업종 대표주들도 대부분 하락했다.

대신 외국인들은 코스닥 시장에 눈을 돌려 인터넷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날 국내 증시의 급락은 추석 연휴기간에 나타난 해외 주식시장의 약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미국 증시가 ‘9월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 등 경제지표가 악화하면서 9, 10일 이틀 연속 하락했다. 해외 주요 증시의 전체적인 흐름 역시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대만 증시는 지난주 외국인이 23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선 데 이어 이날은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외국인이 5월 이후 국내 증시에 9조원 가까이 쏟아 부은 만큼 이날 일부 차익실현 물량을 내던진 것을 본격 매도 전환의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외국인의 본격적인 매도를 점치기는 시기적으로 아직 이르다. 전 세계 증시의 주가 추이를 감안할 때 대세상승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는 증시=앞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이번 주 줄줄이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지표가 될 것 같다. 증시전문가들은 “좋아질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나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염려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고용 없는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커졌다.

반면 상당수 미국 S&P500 기업들의 3·4분기(7∼9월) 실적 예상치가 좋아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글로벌 증시의 수급 상황도 나쁘지 않다. 미국 주식형 펀드에 6주 연속 신규 자금이 유입됐고 신흥시장펀드와 아시아퍼시픽 펀드에도 5주, 8주 연속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은 “모건스탠리 증권의 한국 투자비중 축소, 태풍 피해 등 연휴기간에 잇따라 나온 악재와 기업실적 호전 전망 등 호재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는 당분간 옆걸음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