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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31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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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현대에서 받은 돈 ‘150억+α’로 시작된 현대비자금 사건 수사는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이 현대에서 받은 돈 ‘200억+β’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150억원과 200억원은 검찰이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 등 현대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각각 박씨와 권씨에게 전달된 정황을 파악한 액수. ‘α’와 ‘β’는 여러 정황으로 미뤄 이들이 더 받았을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규모나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돈.
검찰은 박 전 장관의 ‘α’를 수사하다 권씨의 200억원 수수 사실을 포착했고 이 과정에서 다시 ‘β’라는 권씨의 추가 금품수수 단서까지 잡았다.
현대 관계자들은 150억원은 남북정상회담 준비자금 명목으로, 200억원은 총선자금 명목으로 준 돈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지만 박씨와 권씨는 모두 이를 부인하고 있다. 우선 두 사람이 받은 ‘150억원+α’와 ‘200억원+β’ 중 겹치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김영완(金榮浣)씨가 현대에서 받은 200억원 중 권씨에게 150억원을 주고 보관 중이던 나머지 50억원은 박 전 장관의 ‘α’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권씨의 ‘β’부분도 김씨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200억원 외에 권씨가 추가로 받았다고 밝힌 뭉칫돈 ‘β’는 권씨가 “김씨에게 빌린 돈 10억원을 포함해 아는 사람 5, 6명에게 빌려 당에 전달했다”고 주장한 110억원이거나 그중 일부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검 문효남(文孝男) 수사기획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110억원 부분은 권씨가 먼저 진술했다”며 “자신한테 불리한 부분을 왜 말했겠는지 추측해보라”고 말했다.
이는 권씨가 200억원 수수 혐의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한 110억원 수수 사실을 먼저 말했다가 수사팀에 발목을 잡혔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관심을 끄는 대목은 최근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하고 있는 ‘SK해운 비자금 정치권 유입설’. SK해운 비자금 수사가 현대비자금과 관련한 계좌추적에서 시작된 만큼 이 돈의 일부가 권씨가 추가로 받은 돈 ‘β’와 겹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검찰에 꼬리를 잡힌 SK해운의 비자금이 ‘β’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앞으로 비자금 수사는 물론 정치권에 대한 수사에도 더욱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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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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