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질서 변화 급물살]도하개발어젠다 협상 10일개막

  • 입력 2003년 8월 31일 17시 42분


《이달 10일부터 14일까지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제5차 각료회의는 세계 무역의 큰 틀을 짜는 통상 관련 최대 국제회의다. 이번 회의에서 다룰 도하개발어젠다(DDA)는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면적인 무역 개방을 추구한다. WTO의 DDA 협상은 농업 비농업 서비스 등 모든 산업에 걸쳐 각국의 정책과 시장 개방을 세계가 감시하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농산물 수입국과 수출국의 대립으로 위기를 맞았던 DDA협상은 칸쿤 회의가 임박하면서 타결 쪽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강대국이 이끌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설 땅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강대국 틈새에 낀 한국=DDA협상은 미국과 EU의 대결 구도로 물밑 협상이 진행돼 왔다.

핵심 쟁점인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은 케언스그룹(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농산물 수출국)과 함께 전면적인 시장 개방을 이끌고 있다.

EU는 한국 일본 등 농산물 수입국을 이끌며 미국에 맞서 왔다.

이 구도는 8월 14일 미국과 EU가 DDA농업협상의 절충안(案)을 내놓으면서 바뀌고 있다.

미국-EU 절충안은 하빈슨 WTO농업위원회 의장안을 무시하고 개도국의 요구인 특별품목(SP) 조항을 담지 않았다.

이명수(李銘洙)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미국-EU 절충안은 두 나라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농산물 협상에서 EU에 기대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EU는 이미 올 6월 공동농업정책(CAP) 개혁안을 통과시키며 미국과의 협조를 준비해왔다.

이에 대해 중국 인도 등 농산물을 수출하는 13개 개발도상국은 8월 20일 공동제안서를 내놓았다. 이들은 농업 보조금 철폐 등을 주장하며 농산물 수입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은 어느 그룹에도 끼기 어려워진 셈이다.

김창규(金昌圭) 산자부 국제협력기획단장은 “미국 EU 등은 비(非)농업 분야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WTO 의장안을 무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농업협상이 포인트=칸쿤 각료회의에서 다룰 내용은 크게 △농업 시장개방 △비농업 시장개방 △싱가포르 이슈(뉴 이슈) △개도국 이슈(개발 이슈) 등 4가지다.

농업협상은 큰 폭의 관세 및 보조금 감축, 시장의 조기 개방, 개도국에 대한 혜택 등을 내용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은 개도국 지위를 얻지 못하면 급격한 개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비농업 협상은 비교적 한국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WTO DDA 협상위원회가 제시한 세부원칙이 큰 틀에서 공업국의 입장을 수용한 까닭이다.

관세의 대폭 감축이나 저율(低率)관세 폐지 등은 자동차 전자 등의 수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 이슈는 △통관 등 무역 원활화 △투자협상 △정부조달 투명성(국책사업 등의 국제 공개입찰) △경쟁정책(공정거래 국제 규범) 등이다. 한국에 유리한 내용으로 투자·경쟁 부분의 협의를 미루는 선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개도국 이슈는 UR협정에 명시한 개도국 우대 조항의 이행 실태를 점검하는 내용. 타협의 여지가 많고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단장은 “칸쿤 회의에서 시장 개방 분야는 이행 시기나 감축률 등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빼고 골격만 만드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이해관계 조율이 과제=한국은 DDA 농업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얻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비농업 분야에서는 선진 공업국에 가깝기 때문이다.

DDA 협상은 농업 비농업 등 모든 분야를 한꺼번에 타결하는 방식이다. 한쪽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문수(丁文秀)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협상 결과에 따라 피해를 보는 분야가 생기므로 외국과의 협상보다 국내 이해관계 조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국가 경제성장의 54.8%(2002년 기준)를 수출에 기댈 정도로 통상의 중요성이 크다.

이윤영(李允榮) 외교통상부 통상정책기획과장은 “전체 국가 경제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타협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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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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