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업들 "노조 때문에…" 네슬레, 공장철수 검토

  • 입력 2003년 8월 25일 17시 39분


50일째 파업 중인 노조에 맞서 직장폐쇄를 선언한 한국네슬레 서울사무소. 직원들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근무하고 있으나 네슬레 본부는 노사분규와 생산성 악화 등을 이유로 한국 생산기지를 철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훈구기자
50일째 파업 중인 노조에 맞서 직장폐쇄를 선언한 한국네슬레 서울사무소. 직원들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근무하고 있으나 네슬레 본부는 노사분규와 생산성 악화 등을 이유로 한국 생산기지를 철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훈구기자
노조측의 파업에 맞서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오는 외국 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공장 철수까지 검토하는 등 노동쟁의가 애써 유치한 외국인 기업을 내쫓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네슬레는 50일째 파업 중인 노조에 맞서 25일 서울사무소에 대해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다국적 종합식품기업 네슬레는 생산성 악화와 노사분규 등을 이유로 한국에서 생산 공장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네슬레는 최근 청주지방노동위원회 등에 제출한 직장폐쇄 신고서에서 “청주공장 노조의 조업 방해 등 위법행위로 손실이 크고, 직원들간에 반목이 커지는 등 부작용도 생겨 파업 기간에 직장을 폐쇄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네슬레 이삼휘 사장은 “1단계로 서울사무소만 폐쇄했으나 파업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청주 공장과 영업점도 곧 폐쇄할 것”이라며 “공장의 경우 생산성이 떨어져 완전 철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네슬레 노조는 11.7% 임금 인상(회사측은 5.25% 인상안 제시)과 더불어 노조원을 이동·전환 배치하거나 외주 또는 하도급을 줄 때 ‘협의’가 아닌 ‘합의’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달 7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권 참여 등 노조측 요구에 대해 스위스 본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이대로 간다면 한국에서는 판매조직만 남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택수 노조위원장은 “노조의 요구는 최소한의 고용 안정을 보장해달라는 것이지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근로조건 변경이나 고용 변경이 있을 때 지금까지는 협의하는 것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한국네슬레의 직장폐쇄로 올 들어 직장폐쇄 조치를 단행한 외국계 기업 수는 모두 5개로 늘었다.

미국계 기업인 한국오웬스코닝은 노조의 인사 경영권 참여와 임금 인상 요구에 맞서 지난달 23일 경북 김천공장에 대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 회사는 자동차 부품 등에 쓰이는 첨단소재를 생산하면서 전체 물량의 40%를 수출하는 등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진기지로 활용해 왔다. 정밀화학약품을 생산하는 KOC, 대만 KOOS그룹이 최대 주주로 있는 KGI증권, 포장재 전문업체인 테트라팩도 최근 노조 파업에 따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직장폐쇄란 ▼

노조의 파업에 맞서는 사용자측의 쟁의행위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을 때만 가능하다. 일반적인 법 해석에 따르면 ‘방어적이고 수동적일 것’과 ‘노조의 파업에 어느 정도 참는 의무’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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