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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4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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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들은 한결같이 정 회장이 대북 송금 문제와 기업 회생 등의 문제로 극심한 중압감을 받아 우울증이 생겼으며 이것이 죽음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평소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어서 우울감, 분노감을 겉으로 표시하지 않고 속으로만 삭여 남들이 몰랐을 가능성이 크지만 소화 불량, 불면증이나 한숨을 내쉬는 등 우울증의 신호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이동수(李東洙)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자살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10배 이상"이라면서 "우울증의 경중과 자살률과는 무관하며 가벼운 우울증 환자도 자살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고경봉(高京鳳) 교수는 "우울증 환자의 경우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면 우울증이 다소 해소되지만 정 회장은 그렇게 하면 기업에 해가 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처지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때 분노감이 내부로 향해 자기 파괴의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정 회장이 투신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신은 이전의 목을 매는 방법이나 음독자살에 비해 과격하고 확실하다. 또 세상에 무엇인가를 항변하려고 할 때 선택하는 자살 방법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투신 자살이 증가한다는 것은 사회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가 팽배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선친인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인의 하나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 회장은 선친의 이름에 먹칠을 해서는 안 된다는 중압감을 갖고 있었으며,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에게 남긴 유서에도 이런 중압감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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