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고객을 王처럼"…VIP마케팅 확산

  • 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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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富者)들의 지갑을 열어라.”

그동안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선보였던 VIP마케팅이 자동차 및 전자제품은 물론이고 극장과 한의원에까지 파급되는 등 봇물을 이루고 있다.

▽“VIP고객, 왕처럼 모십니다.”=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를 구입한 고객들은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때 기다리지 않는다. 직영 서비스센터마다 오피러스 전담 정비코너가 마련돼 있기 때문.

불만사항을 처리하는 콜센터와 홈페이지까지 별도로 있다. 주요 호텔에서는 대리 주차 비용을 기아차가 대신 부담한다. 다른 차량 고객과의 ‘차별대우’를 공언한 셈.

현대자동차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에쿠스 고객 전용으로 100평이 넘는 전시장을 따로 확보해 각종 상담을 해주는 등 특별대우를 해주고 있다.

금융자산 12억원 이상 부자
숫자전년 대비 변동
한국5만5000명10% 증가
전 세계730만명2.1% 증가
부동산을 뺀 현금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기준임. 2002년 말 현재. 자료:메릴린치증권

▽부자고객 명단 확보전쟁=VIP마케팅연구원(www.vipmarketing.re.kr)은 VIP마케팅 타깃고객을 ‘현금 1억원, 부동산 10억원 이상 소유자’라고 정의하고 이 숫자를 24만명 정도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들의 명단과 연락처 등을 알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수입차 업체 등 고급제품 판매 업체들은 ‘부자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BMW코리아는 6월부터 SK㈜의 OK캐시백 회원 중에서 40평 이상 강남 아파트 거주자, 월간 카드 사용액 500만원 이상 고객 등에게 e메일을 통해 각종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잠재고객’ DB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 고객 DB교환 마케팅도 활발하다.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각각 에쿠스와 파브 고객 DB를 교환해서 오페라 공연관람과 프로축구 VIP석 제공 등의 이벤트를 개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극장을 통째로 빌리다=5월 개장한 CJ CGV 상암점에는 150석 공간에 좌석 30개만을 배치한 ‘명품영화관’이 설치됐다. 영화티켓 1장에 3만원씩 하는데도 여유 있는 젊은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때론 한 사람이 통째로 영화관을 빌리기도 한다.

VIP마케팅은 개인사업자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국보한의원은 최근 VIP 환자를 위해 의사가 왕진을 가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강남구 청담동 헤어살롱인 끌로에는 40만원 안팎의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손님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다시 해주는 ‘리콜’ 제도를 시작했다.

서울여대 경영학과 한동철 교수는 “부자 상대 사업이 불경기를 적게 타는 데다가 국내 소비 패턴이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기 때문에 VIP마케팅은 앞으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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