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신용등급 매긴다…투자자에 투명도 제공

  • 입력 2003년 6월 19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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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기업지배구조 등급’은 ‘AAA’입니다. 업계 최고 수준이지요. 회사채 발행금리를 이에 상응하는 만큼 깎아 주시지요.”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S&P가 ‘기업지배구조 점수’ 측정 모델을 통해 기업들의 ‘투명성 등급’ 평가를 본격화한 데 이어 홍콩의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16일부터 ‘기업지배구조 신속평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조만간 기업의 투명성이 중요한 투자지표로 활용될 전망이다.

▽‘투명성 등급’은 제2의 신용등급?=칼빈 웡 S&P 기업지배구조평가 담당 전무는 17일 한국이사협회 주최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S&P는 이미 40개 기업에 대해 ‘기업지배구조 점수’를 측정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평가분야는 소유구조의 투명성 및 영향력 행사의 적법성, 투자자 권리 및 관계, 재무 투명성 및 공시, 이사회 구조 및 절차 등 4가지. 한국에서도 이미 한 회사가 평가를 받았다.

S&P는 또 S&P 500대 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 우량기업 1600개에 대해 ‘투명성과 공시(公示) 관행’ 등을 별도 자료로 축적 중이다. 이는 앞으로 기업지배구조 평가제도의 확대에 대비한 조치.

▽기업지배구조가 좋으면 투자자들에게 인기=웡 전무는 “투자자들은 기업지배구조가 좋은 회사의 주식에 대해서는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한다”며 “이제 이사회 운영방식이 재무적인 실적지표 못지않게 중요한 투자변수”라고 소개했다.

신뢰경영, 윤리경영을 제대로 하는 회사가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는다는 것. 그는 “기업지배구조가 좋은 회사는 재무실적도 좋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과는 달리 지배구조는 기업이 결심만 하면 점수를 높일 여지가 있다는 점을 웡 전무는 몇 차례 강조했다.

웡 전무는 “한국에서는 통상 재벌회사에서 나타나는 소유구조의 불투명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주주 권익에 손실이 초래되면 이 또한 점수를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신속 평가 서비스’도 시작된다=ACGA 제이미 알렌 사무총장은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회계, 이사회 구조, 기업 내 교육 및 훈련, 소액주주 권리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를 열흘 안에 평가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는 비공개 자료의 분석과 임직원과의 인터뷰로 이뤄지는 S&P의 평가와는 달리 공개된 자료를 통해 평가를 한다.

알렌 사무총장은 “지배구조는 계속 변하는 것”이라며 “현재 공인되지는 않았지만 국제적으로 그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는 관행을 계속 추가해서 평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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