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대신증권 대형미수사고 주범 외국인 가장한 한국인

그동안 의혹이 무성했던 ‘검은머리 외국인’(외국인 투자자를 가장한 한국인 투자자)의 주가조작이 처음으로 적발됐다.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발생한 LG증권과 대신증권의 대형 미수(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외상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 사고의 주범은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밝혀졌다고 28일 발표했다.

증선위는 또 이날 해외 역외펀드 계좌를 이용해 증권시장에서 시세조종으로 2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지모씨(홍콩 투자자문사 대표)와 신모씨(홍콩 투자자문사 이사)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코스닥등록기업인 K사와 O사의 주가를 조작한 이들은 한국인이지만 홍콩의 증권감독당국에 투자자문사로 등록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행세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12월 1700억원대라는 사상 초유의 외국인 대형 미수사고를 냈던 LG증권과 대신증권 홍콩현지법인에서 계좌를 개설한 외국인 기관투자가와 동일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이들은 LG증권을 통해 삼성전자 주식 48만주를 미수로 매입했다가 자금을 결제하지 않아 LG증권은 80억원의 손해를 봤다.

증선위는 또 자신이 대주주 겸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주식에 대해 시세조종을 한 조모씨(샤인시스템 대표이사)와 G사 주식에 대해 시세조종을 한 김모씨(일반투자자) 등 2명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LG증권과 대신증권의 홍콩현지법인에서 계좌를 개설한 외국인 기관투자가가 1700억원대의 삼성전자 미수사고를 일으켜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들의 시세조종 혐의가 포착돼 홍콩 현지조사 등을 통해 적발했다.한편 증선위는 결합재무제표 작성 대상 기업집단으로 삼성 LG 한진 롯데 현대 동부 코오롱 영풍 동원 태광산업 부영 농심 대성 대우자동차 한솔 동양 두산 등 17개 계열 576개사를 선정했다.결합재무제표는 대기업그룹의 국내외 계열사를 하나의 기업군으로 간주하고 작성하는 재무제표로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이 작성 대상이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