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 '대학생 마케팅 세미나']톡톡튀는 아이디어 쏟아져

  • 입력 2003년 5월 26일 18시 11분


코멘트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해태 마케팅 세미나’에서 조별 발표를 마친 뒤 4조 조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른쪽이 생생한 취재를 위해 ‘대학생 자격’으로 세미나에 참가한 본보 경제부 박형준 기자. 사진제공 해태제과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해태 마케팅 세미나’에서 조별 발표를 마친 뒤 4조 조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른쪽이 생생한 취재를 위해 ‘대학생 자격’으로 세미나에 참가한 본보 경제부 박형준 기자. 사진제공 해태제과
25일 오전 4시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라호텔 내 비즈니스센터. 10여명의 대학생들이 세미나 발표준비를 위해 밤을 새우고 있었다. 2박3일간 준비한 내용을 최종 발표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시간.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선 두 다리 뻗고 잠잘 여유가 없었다. 깜빡 졸았을까, 벌써 창문 밖으로 동이 텄다.

23∼25일 제주신라호텔에서 해태제과가 주최한 ‘마케팅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에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뽑힌 대학생 24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직접 제품의 브랜드 관리계획을 세우며 마케팅 실무를 익혔다.

기자는 해태측에 사전양해를 구해 대학생 참가자의 일원으로 세미나에 동참했다. 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요즘 대학생들의 생각과 고민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우수한 인재 대거 지원=“이번 세미나를 6개월 동안 꼼꼼하게 준비했다. 2박3일 동안 마케팅이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창엽 해태제과 마케팅 본부장의 영어 인사말과 강의로 세미나가 시작됐다.

회사측은 이번 행사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면서 대학생들의 ‘튀는’ 아이디어를 들으려 했다. 이들에게 준 과제는 ‘홈런볼(해태제과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 관리방안’.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학생들은 우선 채용 대상 리스트에 올렸다.

각 대학의 참가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인기는 대단했다. 그만큼 최종적으로 선정된 학생들의 질도 우수했다.

“24명을 뽑는데 500명 이상 지원했어요. 유창한 영어 실력은 기본이더군요. 기업의 모니터 요원을 하며 실무를 익힌 대학생도 많았고요.”

이번 행사를 주관했던 유범석 마케팅지원팀장이 귀띔해준 참가자 수준이다. 유 팀장은 또 “과자의 주요 소비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지원자를 많이 뽑았다”고 말했다. 최종 선발된 24명 중 20명이 여대생. 전체 참가자 가운데 22명이 대학 4학년생이었고 1명은 3학년, 다른 1명은 올해 초 졸업자였다.

▽역시 취업은 힘들어=대학생들은 기분 좋게 수다를 떨다가도 취업 이야기만 나오면 표정이 어두워졌다.

“인턴사원이나 신입사원 시험에서 몇 번 떨어졌어요. 그러니 자신감까지 사라지네요.”(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김범석씨)

“워낙 신입사원을 적게 뽑아서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는 경우가 허다해요. 웬만한 학점과 토익 실력만으로는 명함을 못 내밀죠.”(서강대 경영학과 이윤건씨)

김씨은 미국에서 6년 동안 살아서 영어가 한글보다 더 편안한 수준이다. 이씨도 학과 공부뿐 아니라 PMC프로덕션, 경제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인턴을 경험한 실력파. 하지만 준비된 대학생에게도 취업의 길은 멀기만 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언제나 환영=최종 발표에서 홈런볼 브랜드 관리방안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중 ‘홈런볼의 포장용기를 컵으로 바꾸자’는 내용은 즉각 받아들여져 곧 생산에 들어갈 예정.

김종규 마케팅본부 부서장은 “처음 실시한 마케팅 세미나였지만 기대 이상으로 학생들이 잘 호응해 줬다”며 “학생들의 아이디어는 모두 정보화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올 2월 숙명여대 불문과를 졸업한 한하경씨는 “세미나 발표를 준비하느라 밤에 한숨도 못 잤다”며 “막연하게 알던 마케팅이 손에 잡히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귀포=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