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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1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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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홀드는 미국 회사였지만 최근 HSBC 런던 본사에 합병됐다. 영국에서는 유례가 없는 규모의 이 보수안을 영국 주주들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영국의 기업 문화나 정서는 스타 CEO가 능력에 따라 몸값을 한없이 올리는 것이 당연시되는 미국과 다르다. 최근 미국-영국 기업간 합병 등으로 영국 기업이 미국의 CEO를 모셔오기 위해 미국식 고액 보수를 제안하면서 주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19일에는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주주들이 “장피에르 가르니에 CEO가 퇴직할 경우 2800만달러의 보상을 받게 되어 있는 것이 지나치다”며 회사측의 CEO 퇴직 보상안을 부결시켰다. 올해부터 영국 기업들은 CEO들의 보수에 대한 계약을 주총에서 승인받도록 하고 있다. CEO가 ‘많이 챙기는 것’에 대해 주주들의 실력행사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음달 13일로 예정된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의 주총에도 경영진의 보수를 150%씩 올리기로 한 안건이 상정돼 있다.
회사측의 입장은 유능한 CEO를 해외에서 데려와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미국식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미국에서조차 실적은 형편없는데 챙기는 것은 많은 CEO에 대해 과잉 보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직원들을 무더기로 정리해고하는 마당에 경영진의 연금을 우선 챙기는 사례도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아메리카항공의 돈 카티 전 CEO와 델타항공의 레오 멀린 CEO가 경영진의 연금을 보존하기 위해 수천만달러의 보장 기금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데이비드 달레산드로 존 핸콕 파이낸셜서비스 CEO는 지난해 주가가 32% 폭락했는데도 올해 연봉을 2170만달러로 162%나 올렸다.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데니스 코즐로스키 전 CEO는 6000달러짜리 샤워 커튼을 설치하는 등 회사 돈 수백만달러를 예술품과 가구를 사는 데 쓴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원 상무위원회는 20일 잭 웰치, 에드워드 브린, 레오 멀린, 래리 앨리슨 등 과잉 연봉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CEO 8명에게 청문회 출석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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