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5월 20일 18시 1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올 들어 4월까지만 보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아파트 공급물량이 크게 줄었다. 그나마 올해 선보인 아파트도 대부분 지난해 사업승인을 받았던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공급물량이 줄어든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주택건설 관련 법률이 한꺼번에 바뀌면서 비롯됐다. 법 개정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종 인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승인 일정을 대폭 늦추고 있는 것.
대형 건설업체 D사의 한 임원은 “이런 식으로 가면 올 하반기에 접어들면 공급량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가 계획대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이 같은 시장상황의 변화를 정확히 알고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2003년 1월~4월 주택유형별 공급실적 (단위:가구) | |||||||
| 시기(연) | 분양 | 임대 | 재개발 | 재건축 | 직장·지역조합 | 도급 | 주상복합 |
| 2002 | 8,050 | 9,295 | 1,103 | 8,366 | 1,466 | 9,282 | 3,333 |
| 2003 | 8,424 | 5,028 | 381 | 5,875 | 1,340 | 9,750 | 4,117 |
| 자료:한국주택협회 | |||||||
▽주택공급 줄고 있다=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올 1∼4월에 공급된 주택은 모두 3만4915가구. 작년 같은 기간(4만895가구)보다 15%가량 줄었다. 특히 이 기간에 주택건설 상위 10위권에 들어가는 LG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은 단 한 채도 분양하지 못했다.
이 밖에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6개 회사도 공급량이 각각 2000가구를 밑돌았다.
상위 100개 회사 가운데에서도 주택을 한 채도 공급하지 못한 회사가 60여개에 이른다.
만성적인 주택수요 초과지역인 서울의 경우 상황은 더욱 나쁘다. 지난해 1∼4차 동시분양에서는 모두 5400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됐으나 올해 1∼4차에서는 3081가구로 무려 40% 이상 감소했다.
| 주요 건설사 공급실적 (단위:가구) | ||
| 건설회사 | 올해 공급계획 | 4월말 공급량 |
| 롯데건설 | 21,500 | 2,243 |
| 대우건설 | 20,962 | 4,321 |
| 현대건설 | 15,500 | 1,365 |
| 쌍용건설 | 13,995 | 1,608 |
| 삼성물산 | 13,592 | - |
| 현대산업개발 | 13,403 | 1,222 |
| 대림산업 | 12,335 | 467 |
| LG건설 | 12,252 | - |
| SK건설 | 11,228 | 1,305 |
| 포스코건설 | 9,126 | 528 |
| 자료:각 건설회사, 한국주택협회 | ||
▽왜 이러나=새로 시행될 법률이 이중삼중으로 얽히면서 사업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올해 시행됐거나 시행될 예정인 주택관련 법률은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주택법 등이다.
이들 법령의 목적은 국토의 난개발 방지 및 체계적인 관리이다. 문제는 이들 법령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지자체에서 인허가를 내주지 못하거나 ‘책임을 지기 싫다’는 이유로 인허가를 늦추고 있는 것.
건설회사들은 특히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에 불만이 많다. 이 법령이 시행되면 준농림지제도가 사라지고 아파트를 짓기 전에 반드시 지구단위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어서 아파트를 지을 부지를 확보해 놓고도 사업에 착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올해 7월부터는 재건축·재개발 절차가 대폭 까다로워지면서 도시 안의 주택공급도 줄어들 전망이다. 게다가 현재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일반주거지의 용적률을 1∼3종으로 나눠 지정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주택건설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형 건설회사인 S사의 관계자는 “새 법의 적용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이 ‘건설교통부의 질의 회신을 받아오라’는 메시지를 남발하면서 2∼3개월이면 나오던 인허가가 요즘은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것은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허가가 나는 것 자체가 불투명한 지역도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으로가 더 걱정=윤혜정 평택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의 주택시장은 토지공급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각종 제도의 변경으로 토지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주택공급에 ‘병목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
문제는 이 같은 공급부족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2000년 이후 집값 폭등세가 이어진 주요 원인도 외환위기 직후 주택공급이 크게 감소한 때문이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 법의 적용 시기 등을 조정하지 않으면 올 하반기부터 주택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다시 주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