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社 金대리 적극추천＂…기업 직원채용 社內추천제 확산

“홍△△씨는 △△업체에서 4년째 e메일 보안시스템 개발의 핵심 역할을 맡아왔음. 추천자와의 관계는 A대학 전자공학과 동기. 성실한 성격으로 대인관계에 문제없음. 추천 수준은 상중하 가운데 중급.”

인터넷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가 최근 경력직원을 채용하면서 사내(社內) 전산망을 통해 한 직원에게서 받은 ‘사내 추천서’의 내용이다. 이 업체는 2001년부터 사내추천제를 도입, 그 해에 직원의 28%인 23명, 2002년에는 44%인 34명을 채용했으며 올해에도 20∼30%를 이 방식으로 채용할 예정. 채용이 확정되면 추천한 직원에게 포상금 100만원을 준다.

▽업무에 꼭 맞는 맞춤인력 추천=2∼3년 전부터 일부 대기업과 정보통신 및 외국계 기업 등에서 도입하기 시작한 사내추천제가 인력 채용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성백민(成百敏) 인사팀장은 “경력직, 수시 채용으로 채용방식이 바뀌면서 사내추천제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업무에 꼭 맞는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데다 비용도 헤드헌팅 업체를 통한 것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장점을 설명했다.

2000년 말 이 제도를 도입한 LG화학은 경력 5년 이상의 연구개발(R&D) 전문인력을 사내추천제로 뽑고 있다. 채용이 확정되면 추천자에게 채용된 사람의 연봉 1.5%를 주고 입사 1년이 지날 때까지 다니고 있으면 또다시 1.5%를 추천자에게 포상으로 지급한다.

이 회사의 노인호(盧仁浩) 인사팀장은 “추천한 직원이 신규 채용자의 멘토(Mentor·조언자) 역할을 하므로 적응시간이 짧아지고 입사자의 이직률도 대단히 낮다”고 말했다.

LG전자도 R&D와 해외영업 분야 석사급 이상 핵심인력 채용에 사내추천제를 도입해 올해 채용인원 1800여명 가운데 150여명을 이 방식으로 선발한다. 2000년부터 이 방식으로 연간 10여명을 채용한 CJ도 올 하반기 시스템을 개선해 채용인원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이 밖에 SK텔레콤, SK C&C, 한솔제지, 팬택& 큐리텔, 한국 HP, 야후코리아, 듀폰코리아, 대웅제약 등도 사내추천제를 도입했다.

▽무경력 대졸 취업자에게는 새로운 난관=사내추천제는 서구기업에서 연봉계약제와 맞물려 ‘리퍼럴(Referral·소개)’이라는 이름으로 보편화돼 있다. 한국에서도 대부분의 기업이 소수의 인력을 알음알음으로 채용해온 만큼 완전히 새로운 채용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실력과 큰 관계 없이 ‘낙하산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의 사내추천제는 핵심인재의 확보를 위해 공개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추천자에게 인센티브와 책임이 주어진다는 것이 차이점.

학맥 인맥 지연 등 온갖 연줄이 힘을 발휘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 때문에 다른 직원과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CJ의 최양기(崔暘基) 인사담당 상무는 “사내 추천으로 사람을 뽑을 때에는 오히려 전형과정을 더 엄격히 함으로써 추천 부서나 팀장의 독단적 판단으로 채용이 이뤄지지 않도록 ‘브레이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내추천제가 확산되면서 직장 경력이 없고 ‘인적 네트워크’도 부족한 대졸 취업자들의 취업문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인터넷 채용정보업체인 인크루트의 이광석(李光錫) 사장은 “취업자가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려면 취업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같은 업종의 다른 업체에서 경력을 쌓아 ‘목표 기업’에 이동하려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