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규모 풀무원 無人 두부공장 하루 20만모 "척척"

  • 입력 2003년 5월 1일 18시 03분


‘숨어 있는 0.02%를 찾아라.’ 지난달 30일 충북 음성군 풀무원 제3두부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완제품 두부를 일일이 확인하며 불량 두부를 골라내고 있다. 사진제공풀무원
‘숨어 있는 0.02%를 찾아라.’ 지난달 30일 충북 음성군 풀무원 제3두부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완제품 두부를 일일이 확인하며 불량 두부를 골라내고 있다. 사진제공
풀무원

《‘3D업종’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한국 식품산업이 달라지고 있다. 철저한 위생관리는 물론 첨단 자동화설비를 도입해 품질관리 측면에서 세계 수준에 올라서고 있는 것. 지난달 30일 오후 충북 음성군 대소산업단지 내 풀무원 제3두부공장. 이곳은 시간당 포장두부 8000모, 하루 최대 20만모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두부공장이다. 일본 언론이 완공 사실을 보도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핵심설비인 생산라인까지 들어가려면 신분증 인식기, 비밀번호 입력기 등 여러 겹의 보안시스템을 통과해야 한다. 생산설비 자체가 기업 비밀이라는 게 풀무원측의 설명. 생산설비 제작을 한국과 일본의 14개 기업에 나눠 맡긴 것도 이 때문이다.

전만기 풀무원 TM팀장은 “경쟁업체가 이 정도 수준의 공장을 지으려면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지난달 완공 뒤 공장 내부를 외부인에게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컴퓨터로 제어되는 첨단 무인자동화 생산설비를 갖췄다. 콩이 두부가 되기까지 걸리는 15시간 동안 사람 손이 닿지 않는다. 주문량과 생산할 상품 형태를 입력하면 최대 12가지 종류의 두부가 만들어진다.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70t 크기의 대형 탱크 2개에서 흘러나온 콩이 세척기를 거친 뒤 12시간 동안 물에 불려진다. 삶고 으깨고 비지를 거르는 작업이 뒤따랐다. 중금속을 정제한 천연 간수가 들어간 뒤 가로 1.2m, 세로 32m의 따끈따끈한 대형 두부가 나왔다. 포장과 냉각, 숙성 과정을 거친 완제품 두부는 금속탐지기를 거쳐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 12개씩 운반용기에 담겼다.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모두 4명. 완제품 두부의 품질을 관리하는 직원 3명과 생산설비를 관리하는 엔지니어 1명이 전부다. 하루 최대 두부 10만모를 생산하는 풀무원 춘천 두부공장에서 90여명이 일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생산설비의 소음이나 진동이 평소와 조금만 달라도 비상벨이 울리고 인터넷으로 생산설비를 원격 조종할 수 있다. 재택근무는 물론 해외에서도 생산설비를 관리할 수 있다.

공장 내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다. 대신 비데와 손을 말리는 자동건조기를 설치했다. 공장 내부에 들어가는 사람은 체모(體毛)가 옷 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특수 제작한 위생복을 입고 위생신발과 위생모를 써야 한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옷의 먼지를 털어내는 진공청소기와 손 소독기가 설치됐다. 손을 소독해야 공기 샤워기 출입구가 열린다. 샤워기 입구 바닥에는 날짜가 적힌 ‘끈끈이 깔판’이 깔려 있었다. 신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서다. 하루에 한 장씩 쓰도록 날짜가 적혀 있었다.

공장 내부 공기는 공기정화기를 통해 걸러진다. 내부 벽과 천장은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었다. 공장 폐수는 미생물을 배양한 친환경 폐수처리시스템에서 걸러진다.풀무원은 지난해 제3공장을 포함해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두부공장 건설을 위해 300억원을 투자했다. 연간 4000억원 규모의 한국 두부시장은 물론 해외시장까지 넘보겠다는 것. 한국 포장두부 시장의 성장세는 평균 20%에 이를 정도로 높다.

여익현 풀무원 두부사업부장은 “지난해 두부 매출은 1005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했다”며 “첨단 설비에서 생산한 포장두부로 한국과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음성=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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